[바코 인사이드] 삼성생명 임규리가 휴가를 짧게 끝낸 이유
본 인터뷰는 5월 중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시즌 종료 후 선수단에 주어지는 휴가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비시즌을 포함해 10개월 가까이 누적된 피로를 풀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회포를 풀기도 한다.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부족하게 느껴질 터. 그러나 용인 삼성생명 소속 3년 차 임규리의 휴가는 짧디짧았다. 3X3 아시아컵 대표팀 일정과 2주간의 짧고 굵은 휴가를 보낸 임규리는 발전을 위해 남들보다 일찍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전보다 좋아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건 당연한 거고,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을 만들려고 해요. 부족한 수비와 힘을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변에서 ‘임규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약하지 않네’라고 느낄 수 있도록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달콤했던 휴가를 마치고, 훈련 중이시죠.
(인터뷰 당시) 이제 2주 정도 됐어요. 요즘엔 근지구력과 근력을 보강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코어, 유산소 등으로 몸을 끌어올리고 있어요.
올해가 2번째 비시즌이에요. 비시즌 훈련은 항상 힘들다고들 하더라고요.
운동은 언제나 힘든 것 같아요(웃음). 비시즌이 더 힘들긴 하지만,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버텨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해요.
휴가는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3월 중순부터 휴가였어요. 3X3 아시아컵 대표팀에 다녀오니 4월 초더라고요. 2중 정도 청주 본가에서 쉬다가 4월 17일부터는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 올라와서 오전 오후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슛 연습을 했어요. 그리고 4월 하순에 체력 테스트를 보고 통과해서 (휴가를) 2주 더 받았어요. 이후 평일에는 운동을 했고, 주말에는 쉬면서 보냈어요.
어떤 테스트를 했나요?
유연성과 악력, 데드 리프트, 스쿼트 등 총 9개 영역을 테스트했어요. 여기서 8~9개 통과하면 휴가 2주 연장이었고, 5~7개 통과하면 휴가 종료 후 운동 시작, 5개 미만이면 지옥 훈련이었죠(웃음). 다행히 선수단 전원 통과해서 휴가를 연장했답니다.
다행이군요. 지난 3월 말에 다녀온 3X3 아시아컵 대회는 어땠어요?
이전엔 트리플 잼 등 이벤트로만 했고, 정식 3X3에 출전한 건 처음이었어요. 막상 3X3을 하려니 5대5 습관이 나오면서 초반엔 적응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하나씩 배워갔고, 연습 경기도 하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점이 있다면요?
자신감이요. 제가 시합 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이번엔 카메라에 브이를 하는 등 해맑게 시합에 임하면서 긴장을 풀었어요. 이제 긴장 푸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이 많아지면 걱정이 늘고 불안해지니까 최대한 생각을 비우려고 해요.
2017년에는 U16 대표팀에 선발된 적이 있었죠.
중2 때였어요. 중3 언니들 없이 동기가 4명이었고, 나머진 다 고1 언니들이었어요. 대표팀에 처음 간 거기도 하고, 새롭고 낯선 환경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었어요. 다른 나라 선수들과 뛴 것도 태어나서 처음이었거든요. 언니들이 워낙 잘해서 저는 시합 때 많이 뛰진 않았지만, 농구를 하는 건 같더라고요. 자신감도 좀 얻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경험이었어요.
그럼 농구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도 잠시 나눠볼까요.
청주 사직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어요. (6살 터울의) 친오빠가 농구를 해서 부모님이 오빠한테 갈 때 저랑 (3살 터울의) 동생을 항상 데리고 다니셨어요. 농구할 줄은 몰랐지만, 항상 가면 볼을 가지고 놀았죠. 그러다 집이 이사하면서 전학을 가야 했는데, 아빠가 "농구 한번 해볼래?"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때 하겠다고 해서 사직초등학교로 전학 간 거였어요. 당시 동생은 혼자 집에 갈 수가 없어서 (동생은) 1학년 때부터 농구부에 와서 놀았어요(웃음).
세 남매가 모두 농구 선수잖아요. 같이 농구도 하나요?
이번 휴가 끝나기 전에 오빠(서울 SK 임현택)랑 청주에 갔었는데, 마침 동생(청주여고 임하윤)이 야간 훈련하기 전이라 셋이 같이 농구를 했어요. 오빠는 나이 차이가 있어서 자주 같이 하진 않았지만, 청주 살 때 동생이랑은 종종 같이 운동했어요.
운동선수로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할까요?
어떻게 보면 잘 챙기는데, 또 어떻게 보면 개인플레이 하는 편이에요. 동생이랑 오빠는 9살 차이거든요. 시끄럽고 화기애애하지만, 각자의 생활을 존중한다랄까요? 아마도요(웃음).
부모님께서도 운동선수 자녀만 셋이라 힘드셨겠어요.
그러셨을 거예요. 오빠 따라다니시고, 저 따라다니시고, 동생 따라다니시고. 고생이 많으셨죠.
청주여고 시절도 잠깐 짚어볼게요.
팀에서 주장이었어요. 3학년 때 전학 온 친구들이 있어서 제가 친구들의 적응을 도왔어요. 그리고 고등학생 땐 코로나19가 창궐했을 시기라 아파트 헬스장이나 청주에 있는 무심천에서 운동을 했어요. 거리두기가 완화됐을 땐 팀원들과 산도 꽤 많이 다녔고요.
2021년 종별대회에선 MVP도 수상했었죠.
팀원들 모두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크게 욕심을 낸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어떻게 되든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집중했고, 토킹도 원활하게 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이후 드래프트를 위한 트라이아웃이 진행됐어요.
오전에 체력 측정하고, 오후에 트라이아웃을 했는데, 시합 중 경합 상황에서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어요. 거의 한 달간 쉬어갔죠.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많이 아쉬웠어요. '어떡하지?'라는 막막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게 있기 때문에 포기할 생각은 없었어요.
2021~2022시즌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선 전체 6순위로 삼성생명에 입단했습니다.
주변에서 "너는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가긴 간다"라고들 많이 하셨어요. 저 역시 부상을 당했지만, 그래도 프로 입단에 대한 기대를 가졌었죠. 그때 삼성생명에서 저를 불러주셨어요. 다른 친구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던데, 저는 웃음이 났어요. 기쁠 때 나오는 웃음 있잖아요. 정말 행복했어요.
2021~2022시즌엔 4경기, 2022~2023시즌엔 8경기에 출전했어요.
2021~2022시즌 첫 출전이 우리은행전이었을 거예요. 2쿼터 1분 정도 남았을 때였는데,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다리도 떨리더라고요. 많이 뛰진 않았지만, 긴장과 떨림의 연속이었던 시즌 같아요. 그리고 직전 시즌엔 가비지 타임에 들어갔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공격과 수비를 하려고 했어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어떤 점에서요?
몸싸움도 그렇고, 박스 아웃도 그렇고, 제가 높이가 있어도 힘에서 밀려 리바운드를 따내기 어렵더라고요. 수비도 부족하다고 느꼈고요.
감독님과 코치님에게 듣는 이야기도 있을까요?
수비 지적을 많이 해주세요. 기본적인 부분부터 자세와 위치 등 섬세하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가끔 선수들에게 참고할 수 있는 기술 영상을 보내주세요. 영상을 통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하세요. 간단하지만, 실전에선 여유롭게 하기 어려운 것들을 많이 말씀해주시는 편이세요.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우선순위로 둔 건 웨이트 트레이닝이에요. 체형도 그렇고, 제가 다른 선수에 비해 몸이 약한 편이거든요. 첫 비시즌 때도 휴가 끝나기 전에 먼저 숙소에 들어가서 운동을 했는데, 이번 비시즌 훈련 전에도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어요. 그리고 슛에 있어서는 일관된 슛폼으로 슛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연습을 하고 있어요. 특히 지난 시즌부터 미드레인지 점퍼를 보완하고 있는데, 확실히 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고 느껴요. 3점슛 연습도 계속하고 있고요.
2023-2024시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요?
전보다 좋아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건 당연한 거고,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을 만들려고 해요. 부족한 수비와 힘을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변에서 ‘임규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약하지 않네’라고 느낄 수 있도록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정규리그에도 전보다 더 많이 출전하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 = WKBL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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