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허용에 광화문 3개 집회... 폭우·불금 겹쳐 종일 교통마비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은 1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3건의 집회를 열었다. 평일에 비까지 내리면서 세종대로 양방향 모두 시속 1㎞대를 기록하는 극심한 정체가 일어났다. 집회 셋 중 둘은 경찰이 불허했지만, 법원이 허락했다. 장맛비가 내린 금요일 도심은 오전부터 밤까지 혼잡했고, 극심한 차량 정체가 일어났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전부터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 4개 차로를 막고, 무대 설치를 시작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집회에는 노조원 6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뒤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으로 행진했다. 보건의료노조 집회 직후에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원 8500여 명이 도심 집회를 열었다. 건설노조 집회가 끝난 뒤엔 민주노총이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건설노조 집회와 민주노총 촛불 문화제는 경찰이 불허했지만, 법원이 노조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집회를 할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건설노조 집회를 허가해 줬다. 그러면서 “평일 퇴근 시간대 개최된 집회로 인해 집회 인근 장소에 막대한 교통 소통 장애를 초래한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수치 자료가 제출된 바도 없다”고 했다. 법원은 다만 건설노조 집회와 민주노총 촛불 문화제 시간이 겹쳐 도심 일대가 혼잡해질 것이라며 1개 차로에서만 집회를 허락했다. 하지만 실제 건설노조는 집회는 차로 1개가 아닌 4개를 점거한 채 이뤄졌다. 건설노조 측은 “민주노총이 같은 장소에 신고해 놨던 집회를 활용한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법원이 도심 집회의 물꼬를 터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밤 열린 민주노총 촛불 문화제도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의 결정으로 허용됐다. 두 법원은 경찰이 교통량 조사 자료, 차량 통행 속도 보고서 등을 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퇴근 시간대에 집회 장소로 도로를 점거할 경우 그 일대에 상당한 교통의 정체가 발생하고 도심부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집회를 허용했다. 그러면서 “집회가 교통 장애를 초래할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경찰이 교통 분산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법조인은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대규모 집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되는 경우에 속수무책이 되는 상황을 법원이 만든 셈”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세종대로와 인근 도로의 교통체증은 극심했다. 집회로 인해 왕복 8차선 중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는 차선은 2~3개 수준이었다. 보건의료노조 집회가 한창이던 오후 2시쯤 세종대로 8개 차로 중 4개는 민주노총이, 1개는 경찰 기동대가 자리 잡았다. 경찰은 나머지 3개 차로로 차량을 통행시켰다. 건설노조가 집회를 시작한 뒤인 오후 4시쯤엔 2개 차로만 운영하면서 도심 차량 정체는 한층 더 심해졌다. 서울교통정보시스템(TOPIS)에 따르면, 오후 2시 30분 기준 서울 세종대로 근처 차량 통행 속도는 평균 시속 1~2㎞였다. 성인 남성이 걷는 속도(시속 5㎞)의 절반에 못 미쳤다. 한 법조인은 “판사가 법 논리에 따라 형식적 결정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현실성 없는 판단이 돼 버린 것”이라고 했다.
외국의 경우 도로 점거 집회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영국은 주요 도로뿐 아니라 주택가 도로에서도 사전 허가 없이 집회를 열 수 없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교통 체증이 심각한 출퇴근 시간대 도심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도로를 점거한 집회·행진은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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