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에 노부부 참변, 열차도 멈춰…충남-전북 주말 400㎜ 물폭탄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재개발 지역에서 만난 빌라 주민 이모 씨(67)는 전날 오후 9시 반경 발생한 축대 붕괴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새벽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이 씨가 살던 빌라 바로 앞까지 토사와 돌들이 쏟아져 내려 인근 20가구 46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노부부가 충남 논산에서 산사태로 참변을 입은 이날 전국 곳곳에선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수도권 일대에 쏟아진 호우로 한강 수위가 불어나 잠수교가 잠기는 등 도로 곳곳이 통제돼 극심한 출퇴근길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임진강 상류인 황해도에도 많은 비가 예상돼 북한의 황강댐 방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 전국서 4000가구 정전…산사태 최고 수준 위기 경보
수도권에선 경기 남양주가 이날 오후 3시까지 누적 강수량 201.5㎜를 기록하는 등 ‘물 폭탄’이 쏟아져 도로 곳곳이 유실되거나 침수됐다. 서울에선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과 잠수교 등이 통제됐고 전국에서 도로 99곳, 하천변 757곳과 15개 국립공원 407개 탐방로가 통제됐다.
집중호우로 인해 오인 신고가 들어오는 소동도 벌어졌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충북 청주에서는 무심천을 걷던 행인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이 출동해 수색에 나섰다. 3시간 가까이 수색한 결과 경찰은 행인이 하천에서 계단으로 올라오는 폐쇄회로(CC)TV 장면을 포착해 동일인으로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충남 영동군에선 빗길에 도로 옆 야산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미끄러지며 30대 운전자 남성이 숨지고 동승자 2명이 크게 다쳤다.
● 충남-전북 최대 400㎜, 장마 최대 고비
기상청에 따르면 16일까지 충청, 호남, 경북 내륙에 100~2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 전남, 경북 내륙도 300㎜ 이상 쏟아지겠다. 수도권과 강원 내륙 산지, 영남 등의 예상 강우량은 30~100㎜, 경기 남부, 강원 남부 내륙은 최대 150㎜로 예보됐다. 강원 동해안과 제주는 20~70㎜, 제주 산지는 최대 100㎜ 이상 내릴 수 있겠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 인명 피해로 이어진 폭우가 시간당 144㎜ 수준이었다. 기상청은 “강수량의 지역차가 크고, 비구름대의 남하가 정체될 경우 강수가 한곳에 집중적으로 퍼부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도영진기자 0jin2@donga.com
광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김예윤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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