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고 싶은 갈증…가족의 탄생[책과 삶]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은서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256쪽 | 1만6000원
“우리는 별다른 일이 없다면 늙어 죽을 때까지 함께 살기로 했다. 서로에게 확실한 법적 울타리가 돼주기 위해 입양을 선택했다.”
저자인 은서란씨는 50개월 어린 어리와 5년간 함께 살다 서로의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다. 한국에서 동성인 남과 법적으로 가족이 되는 방법은 입양뿐이다. ‘친척 같은’ 혈연가족보다 ‘가족 같은’ 동거인에게 진짜 가족이 되어주기로 한 그들은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길 마냥 기다리다가는 이대로 할머니가 될 것 같았다”며 입양을 이용한다.
어리는 책의 절반이 넘어서야 등장하고, 그를 입양한 얘기는 그보다도 더 뒤에 나온다. 이 책은 친구를 입양하기까지 저자의 방랑기다. 저자는 평생 자신에게 맞는 삶을, 터전을, 가족을 찾아다녔다. 제주도에 터를 잡은 적도 있다. 암자에 들어가 스님, 보살님과 함께 살기도 했다. 귀농학교를 다니고, 지리산 자락 마을을 돌아다니며 빈집, 빈 땅을 찾았다. 버려진 공장을 고쳐서 살기도 하고, 귀농인의 집에 한동안 머물기도 했다. 그는 도시에 살며 항상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불편함’ ‘나다운 삶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저자는 어리와 우연히 이웃이 되고, 매일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어리의 전세 만기가 도래하며 둘은 함께 산다. 살면서도 이런저런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마침내, 둘은 가족이 되기로 한다. 저자는 자신 같은 선택을 다른 이에게 권유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맞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삶에 있어 평균이나 평범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귀농하는 법, 친구를 입양하는 방법도 알 수 있지만 무엇보다 나답게 사는 법을 찾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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