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갱’의 삶을 까발려 길을 만들다[책과 삶]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최현숙 지음 | 문학동네
356쪽 | 1만8000원
홈리스 활동가이자 구술생애사 작가인 최현숙은 젊은 시절 스스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자신을 이해하는 데 어떤 고민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부럽고 싫었다고, 온정신인 내가 미쳐가는 나를 참고 데리고 사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엄마의 일수놀이에 동원돼 돈 걷는 일을 하면서 시작된 ‘삥땅’과 도벽은 20대까지 이어져 큰 망신을 당했다. 10대 초반에는 심각한 액취증이 나타나 ‘냄새나는 여자’라고 낙인찍혔다.
최현숙은 이런 자신의 청소년·청년기를 ‘무저갱’(한 번 떨어지면 헤어나지 못한다는 바닥이 없는 구렁텅이)에 비유한다. 그의 신작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는 이 무저갱을 낱낱이 까발린 자전적 에세이다. 타인의 생애를 글로 담아온 그가 이번에는 자기 생애를 돌아봤다. 책에는 ‘아버지의 집’에서 벗어나려 곤궁한 남자와 결혼해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하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커밍아웃하고, 이혼 뒤 비혼 1인 가구 여성으로 살아가는 현재까지 자신이 겪은 고통이 고스란히 담겼다. ‘제대로 까발려 속이 후련하다’는 최현숙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의 까발림에는 뚜렷한 목적이 있으며, 그는 이 목적을 정확히 달성한다.
“나를 까발린 이유는 우선 나부터 좀 후련해지기 위해서고, 까발려야 제대로 통과하기 때문이며, 내 사례를 통해 혹 각자가 처했었거나 처해 있는 수렁과 두려움에서 직립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자는 제안을 하고 싶어서다.”
쉽게 듣기 어려운 귀한 이야기다. 이 순간 혼돈을 통과하고 있는 젊은 사람에게도, 늙어감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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