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진짜 ‘모두에게 위험’했나…지표가 증명한 ‘불평등’[책과 삶]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김승섭 외 지음
동아시아 | 324쪽 | 2만원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라는 말이 한때 널리 회자됐다. 환경 오염 같은 현대사회의 위험은 빈부격차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의미가 담겼다. 누군가는 코로나19를 두고도 ‘거대한 평준화’ 혹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는 코로나19와 한국 사회 불평등의 관계에 주목한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비롯한 6명의 저자는 파편화된 언론보도와 연구에서 소개됐던 사례와 지표를 한데 모았다. 저자들은 코로나19가 ‘평등하게’ 타격을 준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주민, 장애인, 노동자, 아동, 여성의 사례로 보여준다.
저자들이 제시한 지표를 보면 코로나19 시기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임금 감소폭이 컸고 고용 안정성도 더 떨어졌다.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아파도 쉬기 어려웠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마스크 지급, 백신 접종 등 방역 정책에서 늘 후순위였다. 지표나 정책으로 드러나지 않은 불평등도 컸다. 휴게실이 폐쇄돼 화장실에서 쉬어야 했던 현장의 청소노동자가 있었다. 요양보호사들은 3명 중 2명꼴로 계약직 신분인데, 주로 감염 취약계층인 노인을 돌보면서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방역 물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도 사비로 채워야 했고, 병원이 동선 보고를 요구해 사생활도 포기해야 했다. 요양보호사는 코로나19 감염으로 130명 넘게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직군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불평등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가려졌던 한국 사회 불평등이 코로나19로 드러난 측면도 있다. 저자들은 “일상적 재난에서 생존한 장애인에게 팬데믹은 그들이 처한 만연한 사회적 위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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