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은 빼는데 의약품은 못뺀다...소고기보다 발암 위험 적다는 아스파탐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3. 7. 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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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암연구소(IARC) 발암물질 등급 분류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설탕 대체 인공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지정이 전해지자 식품업계가 대체 감미료를 찾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충우 기자]
최근 발암 가능성으로 논란이 된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일섭취허용량(ADI)만 지키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일섭취허용량은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물질에 대해 평생 동안 섭취해도 위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1인당 하루 최대 섭취허용량을 말한다.

다만 당분간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일각에는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반신반의하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스파탐 함유 제품을 판매해온 일부 식품·유통업체들은 대체재를 찾거나 현행을 유지하는 등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아스파탐은 현재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200여개국에서 사용을 승인받아 활발히 쓰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식약처의 201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한국인의 아스파탐 1일 평균 섭취량은 JECFA에서 정한 1일섭취허용량의 0.12%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후 식품업계의 ‘제로슈거 열풍’으로 시중에 아스파탐을 함유한 제품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JECFA의 1일섭취허용량을 넘어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스파탐 섭취량은 하루에 제로슈거 음료 수십 캔을 마셔야 1일섭취허용량에 도달한다.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는 설탕의 200배 이상의 단맛을 내기 때문에 0.1% 수준의 극소량만으로도 비슷한 단맛을 낸다. 1일섭취허용량인 몸무게 1㎏당 40㎎을 기준으로 체중이 60㎏인 성인이라면, 하루 최대 2400㎎까지 섭취해도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 이는 아스파탐이 들어간 제로콜라(250㎖) 55캔, 막걸리(750㎖) 33병에 각각 해당하는 양이다.

IARC는 물질 자체의 암 발생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관으로, 실제 섭취량을 고려해 물질의 인체 발암성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실험동물이나 사람에서 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연구한 학계 보고 자료를 토대로 1군(발암 물질)과 2A군(발암 추정 물질), 2B군(발암 가능 물질), 3군(발암성 미분류 물질) 순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2A군과 2B군은 인체 발암성에 대한 근거가 신뢰할 수 없을 만큼 제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특히 2B군은 동물실험에서조차 발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동안 2B군으로 분류된 물질은 아스파탐, 채소 절임(김치), 내연기관 배출 연기, 휴대용 전자기기 전자파 등을 포함해 300여 종에 달한다. 2B군보다 발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2A군에는 소고기·돼지고기 같은 적색육(肉),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가 포함돼 있고, 1군에는 흔히 소비되는 술·담배뿐만 아니라 햇빛에서 오는 자외선, 대기 중 미세먼지 등도 포함돼 있다.

오리온, 크라운제과, 빙그레 등은 아스파탐 대체제를 사용키로 하고 제품에 적합한 감미료를 찾고 있다. 제약업계는 현 상황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지켜본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의약품 제조 시 아스파탐은 주로 시럽, 과립, 탕, 액상 의약품에 단맛을 내기 위해 첨가제로 사용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식품은 첨가제를 바꾸는 게 크게 어렵지 않지만 의약품은 다르다”며 “소비자의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구체적인 기준치와 허용치 등에 따라서 다시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있다”며 “제조 변경 등에서도 절차가 많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현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서 JECFA는 △위장관에서 아스파탐이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페닐알라닌(필수 아미노산)과 아스파트산, 그리고 체내에서 금세 배출되는 메탄올로 완전 가수분해돼 체내 아스파탐의 양이 증가하지 않은 점 △IARC가 검토한 경구 발암성 연구 결과가 모두 과학적으로 한계가 있는 점 △유전독성 증거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1일섭취허용량을 변경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식약처는 IARC의 발암유발 가능성 제기에 따른 소비자 우려와 무설탕 음료의 인기 등을 고려해 감미료 전반에 대한 섭취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시 기준·규격 재평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식품첨가물의 안전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국민이 안전한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IARC의 2B군 분류는 ‘발암물질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일 뿐 인체 발암성이 확인됐다는 게 아니라 발암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아스파탐의 경우 식품첨가물로 사용한 지 40년 가까이 됐고 그동안 아스파탐 때문에 심각하게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는 없었다. 추가 연구를 통해서도 치명적인 발암성이 확인될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일각의 ‘무(無) 아스파탐’ 마케팅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마케팅이 아스파탐의 안전성을 부정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 모씨(27)는 “논란 초기에는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고기나 튀김보다도 낮고 김치와 비슷한 수준이라길래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제로음료가 무조건 좋지만은 않겠지만 설탕을 넣은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중구에 사는 주부 최 모씨(61)는 “자식들이 좋아해서 집에 제로콜라를 잔뜩 쟁여놓곤 했는데 이제는 과일주스 위주로 장을 보고 있다”며 “이왕 돈 내고 사먹을 거라면 논란 없는 걸 선택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혼란은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제로음료를 선호하는 젊은층이 자주 찾는 편의점에서는 이번 소동에도 관련 품목의 매출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CU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제로 음료 매출이 전달 동기 대비 1.9% 늘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37.3% 대폭 늘었다. 마찬가지로 아스파탐이 첨가돼 논란이 된 막걸리 역시 전달 대비 2.4%, 전년 대비 9.8% 증가했다. 반면 한 대형마트에서는 이달 1~13일 제로 탄산음료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2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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