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아스파탐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현 섭취량은 안전”

설탕 대체 인공 감미료…식약처 “기존 1일 섭취 허용량 유지”
체중 60㎏ 성인, 제로 콜라 55캔·막걸리 33병이 1일 허용량

뭘 마시나…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와 식품첨가물합동전문가위원회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최종 분류한 14일 서울지역 한 대형마트에 아스파탐이 첨가된 것으로 알려진 막걸리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 대체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지정했다. 다만 현재의 아스파탐 섭취 수준은 안전하다고 평가하며 기존의 1일 섭취 허용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런 평가 결과에 따라 현재의 아스파탐 사용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14일 WHO 산하의 두 전문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와 유엔 식량농업기구·세계보건기구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해 각각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IARC는 발암 가능 물질 분류에서 아스파탐을 2B군(인체 발암 가능 물질)으로 지정했다. JECFA는 현재의 아스파탐 섭취 수준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JECFA는 식품으로 섭취했을 때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관이다. 세계 각국 규제기관은 JECFA의 평가 결과를 참고해 자국 안전관리 기준을 정한다. 이번 평가에서 JECFA는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40㎎)을 변경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식약처는 “IARC는 아스파탐과 같은 물질 자체의 암 발생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관으로 실제 섭취량을 고려해서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아스파탐이 지정된 ‘2B군’은 ‘실험 동물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때’에 해당한다. 2B군에는 야채절임과 전자파 등도 포함되어 있다. IARC는 일상에서 흔히 먹는 술과 가공육 등을 발암 물질 1군으로,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와 소고기·돼지고기 같은 적색육 등을 2A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식약처는 JECFA의 평가 결과와 2019년 조사한 한국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해 현재 아스파탐의 사용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JECFA에서 정한 1일 섭취 허용량의 0.12%에 불과하다.

1일 섭취 허용량은 사람이 어떤 물질을 평생 매일 먹어도 건강상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하루 섭취량을 가리킨다. JECFA와 한국이 설정한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60㎏의 성인이 아스파탐이 함유된 제로 콜라 250㎖를 하루에 55캔 마시거나, 아스파탐이 함유된 750㎖ 막걸리를 하루 33병 마셔야 도달할 수 있는 양이다.

전문가들은 음식에 들어간 식품첨가물은 허용량 이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윤미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식품첨가물이 우리 몸을 해롭게 만든다는 오해나 불안감을 가질 수 있으나 적정량으로 섭취한 식품첨가물은 우리 몸의 대사 과정을 통해 배출된다”고 조언했다.

다만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식품첨가물 외에도 나트륨이나 당류, 지방 등의 섭취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에 들어간 식품첨가물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햄·어묵·소시지 등은 끓는 물에 데친 뒤 조리하는 것이 좋다. 라면 조리 시엔 면을 끓인 물을 버리고 새로 뜨거운 물을 받아 수프를 정량보다 적게 넣고, 야채를 함께 넣어 끓여 먹어도 좋다.

아스파탐

음료 등 식품에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식품첨가물.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 2개(페닐알라닌, 아스파트산)가 결함된 감미료다. 설탕의 200배 단맛을 가져 인공감미료로 사용되고 있다.

민서영·김태훈 기자 min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