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왕이와 양자 회담…‘한·중관계 발전’ 노력에 공감대
11개월 만에 다시 만나…현안 본격적 논의보다 ‘소통 중요성’ 재확인
싱하이밍 대사 ‘베팅 발언’ 후 양국 냉각 상황서 관계 악화 차단 주력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언급과 싱하이밍 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으로 한·중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14일 한·중 양자 회담이 성사됐다. 이번 회담은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려, 그간 실타래 엉키듯 꼬인 현안들을 본격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양국 관계의 지속적 발전과 소통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재확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사진)과 만났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의 회담은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 만남 이후 11개월 만이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정상 간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또 건강한 양국관계를 만들기 위한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박 장관은 회담에서 북한이 아세안 기간 중인 12일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점을 강력 규탄했다. 북한 도발 중단과 비핵화 대화 복귀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북핵 문제 관련,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하는 데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중 양자 회담 후 진행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북한 도발 대응을 집중 논의했다.
왕이 위원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박진 장관은)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계속 견지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중요성 등 우리 측 기본 입장 언급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외교 기조로 내세우면서 중국의 반발은 예견됐다. 지난 4월 윤 대통령이 대만해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절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지난달에는 싱 대사가 “중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면 후회한다”는 강압적 발언을 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박 장관은 회담에서도 싱 대사의 발언과 관련한 우리 측 입장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중 외교당국 간 고위급 대면 소통도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 첫 고위급 회동은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성사된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 간 면담이다.
박 장관과 왕 위원 간 회담은 소통 라인을 이어가면서 한·중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관리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40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은 별도의 의제를 정하지 않고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양국 간 첨예한 현안을 깊이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차관급 대화에 이어 고위급 대화를 이어갔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자카르타) |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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