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왕이 “韓中 정상간 교류 중요”…양국 관계개선 공감대
한중 장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가 회동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지난달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논란 등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가 반전돼 향후 정상 간 만남 등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중인 박 장관과 왕 위원은 이날 오후 5시 20분(현지 시간)부터 45분 동안 양자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라인 서열 1위인 왕 위원은 건강 악화로 불참한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을 대신해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박 장관은 왕 위원이 외교부장 시절인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에서 대면 회담을 가진 바 있다. 11개월여 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
한중은 이날 오후 3시 15분부터 6시까지 진행된 ARF 회의 도중 시간을 내서 동시통역 방식으로 회담했다. ARF 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왕 위원은 곧바로 회의장 건물 다른 층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향했고, 박 장관과 왕 위원은 말없이 악수만 나눈 뒤 바로 회담장으로 입장했다.
양측은 북핵 문제 관련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는 건 한중 간 공동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을 쏴 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도 “(ICBM 발사는)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 우리의 정당방위권 행사”라며 “가장 압도적인 핵억제력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만 미사일 71발을 쏘는 등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양 장관은 외교안보대화, 차관급 인문교류촉진위,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양국간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지난달 싱 대사의 막말 논란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에 합의한 것.
다만 한중 양국은 이날 앞서 진행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안인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곤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 장관은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역내 및 세계 경기 회복의 핵심”이라며 “국제법에 기반한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 확립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남중국해 가운데 대만해협을 거론하면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왕 위원은 “항행의 자유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고, 막은 적도 없다”면서 자국을 겨냥한 비난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 필리핀, 베트남 등 인접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런 가운데 한미일 외교장관은 이날 자카르타에서 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다. 3국 장관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하고 노골적인 위반”이라며 “지속적인 핵,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한미일과 국제사회 결의를 강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성명서에는 “미합중국은 대한민국과 일본에 대한 방위 공약은 철통 같으며, 핵을 포함하여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3국 장관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와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 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자카르타=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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