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급여’ 두고 야, “여성·청년·계약직 폄하”…여당도 ‘화들짝’
“노동자 비하, 국민 조롱”
민주당·정의당 일제히 비판
“거적때기 입고 신청하냐”
국민의힘 청년층도 비판
지도부는 수습 ‘부랴부랴’
정부·여당이 실업급여 삭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급자 폄훼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노동계·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정책위의장의 “실업급여는 ‘시럽급여’” 발언 등에 대해 청년·여성을 비롯한 저임금 노동자를 비하했다며 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자 스스로 내는 부담금으로 실업급여를 받는데 마치 적선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부·여당 태도에 대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경제와 민생이 어려울수록 국민의 어려운 삶을 챙기는 게 정치의 책무인데 어째서 어려운 상황을 넘어가기 위한 제도조차 폄하하고 혜택받는 사람조차 모욕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실업급여 받는 분을 조롱하고 청년·여성 구직자·계약직 노동자를 비하했다”며 “일자리가 없어서 서러운 국민에게 미안해하지 못할망정 조롱하는 건 오만이자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실업급여 하한액을 없앤다고? 도대체 얼마나 국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싶은 거냐”고 물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년들이나 여성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편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어떻게 저렇게 함부로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도 “여성차별·폄하, 청년 폄하, 계약직 폄하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월 184만원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당시 공청회 후 “실업급여 제도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으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나온 노동부 담당자는 “여자분들, 젊은 청년들은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 실업급여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을 간다. 내가 일했을 때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가, 옷을 사든가 즐기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청년 정치인을 중심으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SNS에 “실업급여를 받아서 소고기를 먹든 명품을 사든 그건 개인의 자유”라며 “수능 문제부터 시작해 도대체 정책의 조준점을 어디로 삼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던 옥지원씨는 전날 “청년 여성들은 실업급여 신청할 때 조신하게 거적때기 입고 나라 잃은 표정을 하고 가야 하는지 잘 몰랐다”고 비꼬았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여당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다. 박 의장은 이날 SNS에서 “성실히 일해서 열심히 보험금 내는 근로자들이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실업급여 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핵심”이라며 “청년에게 주는 혜택·기회를 뺏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시럽급여’ 표현 등 논란에 대한) 언론의 지적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대연·김윤나영·이두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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