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 터진 SNS “실업 많이 당하니까, 실업급여도 많아진 것” “꿀로 보이면 의원들도 그만두고 급여 받아라”
“여자는 웃어도 욕을 먹어”
SNS에선 ‘분통 글’ 확산
“당정, 노동시장 몰이해”
행정 전문가들도 비판
“왜 젊은 사람, 여자들이 실업급여 많이 받냐고? 실업을 많이 당하니까 그렇지.”
“임금보다 실업급여가 많았던 사람이 45만명이라고 하면, 노동급여 올릴 생각을 해야지 실업급여를 줄이는 게 말이 되냐?”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개최한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당시 실업급여 수급자들을 폄훼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됐다.
올 초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한 김모씨(30)는 14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김씨는 “매월 받는 것도 아니고 구직활동을 하는 것도 주기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엄밀히 따지면 공짜로 받는 돈이 아니고 내가 납부한 고용보험에서 받는 돈인데, 그렇게 꿀로 보이면 국회의원 그만두고 실업급여나 받으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실업급여) 신청서 내러 갈 때 전날까지 펑펑 울어 눈이 부은 채 갔다. 그래도 그 자리에선 웃으면서 상담했다”며 “예의상 그랬던 것인데, 여자는 웃는 표정으로도 욕을 먹어야 하나”라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공청회가 실업 상태의 구직자·여성·청년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드러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실업급여로 샤넬 선글라스 운운하는 건 ‘기초생활수급 아동이 감히 돈가스 사 먹느냐’며 민원을 넣는 수준의 시비 걸기”라며 “그렇게라도 마음을 달래고 재충전하면 안 되는 거냐. 실업급여 받는 사람은 쌀 사 먹을 돈도 아껴서 좁쌀로 죽이라도 쒀서 먹어야 하냐”라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은 “실업급여 받으러 가는 여성은 표정 검열도 해야 하고 돈을 어떻게 쓸지 허락도 받아야 하냐”며 “이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말한 정부의 여성 인식이냐”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고용보험·실업급여 제도와 노동시장에 대한 당정의 몰이해가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실업급여란 실업 상태에서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하며 취업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그 산정 기준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며 “그런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높다는 건 돌려 말하면 최저임금이 생계를 유지할 수준이 안 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실업급여 제도의 취지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일부 오남용 사례를 가지고 제도의 존폐를 논하다 보니 실언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진·전지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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