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빅 스텝’, ‘베이비 스텝’ ?→‘대폭 조정’, ‘소폭 조정’으로 쓰면 안 될까요 [우리말 화수분]

이강은 2023. 7. 1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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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밀려드는 외국어와 국적불명의 신조어, 줄임말 등에 국어가 치이고 있습니다.

세계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공공분야와 일상생활에서 쉬운 우리말을 되살리고 언어사용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우리말 화수분' 연재를 시작합니다.

가능하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고, 불가피하게 외국어를 사용할 때는 우리 말로 무슨 뜻인지 달아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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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언론 보도 역시 공공성 지닌 만큼 기자들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 써야
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밀려드는 외국어와 국적불명의 신조어, 줄임말 등에 국어가 치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 누구나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할 정부와 지자체, 언론 등 공공(성)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그늘도 짙습니다. 세계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공공분야와 일상생활에서 쉬운 우리말을 되살리고 언어사용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우리말 화수분’ 연재를 시작합니다. 보물 같은 우리말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력을 지니도록 찾아 쓰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대포통장을 유통해 사기 범행을 도운 일당이 적발됐습니다.’

‘A씨의 휴대전화에서는 불법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여성들의 신체 사진도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여죄 수사를 위해 A씨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 기준금리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0.25%p 베이비 스텝 인상이 유력했지만 전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망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빅 스텝(0.5%p) 결정이 이뤄졌다.’

‘A씨는 스쿨 존에서 우회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신문·방송에서 보도한 내용 중 일부다. ‘보이스피싱’, ‘디지털포렌식’, ‘베이비 스텝’, ‘빅 스텝’, ‘스쿨 존’은 언론매체에서 자주 접하는 말이다. 독자나 시청자에 따라 이들 단어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 대충 짐작하는 사람, 아예 모르는 사람 등 다양할 것이다. 이래선 곤란하다. 뉴스 역시 공공성을 띠는 만큼 가급적 쉬운 말로 보도해야 한다. ‘중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는 말도 있듯 기자들은 기본적으로 기사를 ‘친절하게’ 써야 한다. 기자 본인이 아는 용어이니 읽는 사람도 대부분 알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본인도 뜻을 명확히 모르면서 기관이 제공하는 보도·홍보·발표자료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 써선 안 된다는 얘기다. 가능하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고, 불가피하게 외국어를 사용할 때는 우리 말로 무슨 뜻인지 달아주는 게 좋다.

앞서 한글문화연대는 지난 5월 ㈜두루소통연구소와 함께 기자들을 대상으로 쉬운 우리말 기사 용어에 관한 설문 조사를 했다. 기자 507명을 대상으로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100개 용어의 개선 필요성을 조사한 뒤, 국어 전문가와 언론단체, 현장 기자들의 자문을 거쳐 집중 개선 대상 외국어 용어 60개를 선정했다. 선정결과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은 ‘전화금융사기’나 ‘전화사기’로, ‘디지털포렌식’은 ‘전자감식’이나 ‘디지털자료복원’, ‘디지털증거수집’으로 각각 다듬었다. ‘베이비 스텝’과 ‘빅 스텝’은 각각 ‘소폭조정’과 ‘대폭조정’으로, ‘스쿨 존’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제시됐다. 

이 밖에 ‘어닝서프라이즈’는 ‘실적급등’이나 ‘깜짝실적‘, 테이저건’은 ‘전기충격총’, ‘업사이클(링)’은 ‘새활용’, ‘리사이클(링)’은 ‘재활용’, ‘가스라이팅’은 ‘심리(적)지배’, ‘스마트 워크’는 ‘원격근무’, ‘키오스크’는 ‘무인단말기·주문기·안내기’ 등으로 다듬은 말이 안내됐다. 집중 개선 용어 60개 목록은 한글문화연대 홈페이지(https://www.urimal.org/4417)에서 볼 수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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