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물러진 땅…산이 쏟아져내렸다
충남 논산의 한 납골당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최근 집중호우가 잇따르면서 산림당국은 서울과 강원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산사태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14일 오후 4시2분쯤 호우특보가 내려진 논산시립양지추모원(납골당)에 산사태가 나면서 방문객 4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하지만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던 2명은 사망했다.
사망한 2명은 70대 아내와 80대 남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사람 중 50대 여성은 숨진 부부의 조카로 중상을, 이들의 손자로 보이는 20대 남성은 골절 등 경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납골당에는 이들 4명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관계자는 “비탈면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납골당 건물이 붕괴했다”면서 “4명은 무너진 납골당 건물을 피해 주차장으로 내려가려던 도중 다시 무너져 내린 토사에 매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논산에는 지난 13일부터 사고 시점까지 255.5㎜ 비가 내렸다.
산림청은 전날 서울·인천·경기·강원·충북·충남·세종·전북·경북 지역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높인 데 이어 이날 오후 1시 대전·광주·전남 지역에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2곳에 최고 수준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내린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12개 시·도가 동시에 산사태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놓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 호우특보가 발효되는 등 잇단 집중호우가 광범위하게 쏟아지면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사태 예측·분석 센터가 산림 토양 함수지수(토양에 함유된 물의 상대적인 양)를 바탕으로 발령하는 ‘산사태 경보’와 ‘산사태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도 늘고 있다. 이 분석은 산림청 산사태 위기경보와는 별도 지표다.
산림과학원은 이날 오후 3시45분 기준 세종·충북 보은군 등 전국 7개 시·군에 산사태 경보를 내렸다.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된 시·군은 수십 곳이다. 산사태 주의보는 산림 토양 함수지수가 기준치의 80%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될 때, 산사태 경보는 이 지수가 100%에 도달한 것으로 보일 때 각각 발령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59분쯤 충남 부여군 내산면 지티리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흘러내린 토사가 민가 1채를 덮쳤다. 다행히 집 안에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전국 곳곳 호우 피해 속출
강원 정선군 정선읍 피암터널에서도 산사태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후 6시37분쯤 정선읍 군도 3호선 터널 구간 사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암석 6000여t이 터널을 덮쳤다. 이곳에서 일어난 산사태는 지난 6일과 7일, 9일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정선군은 이 도로에 대한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산사태는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가 잇따랐던 2020년에는 9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청은 주의를 당부했다. 갑자기 산사태가 일어날 경우 산사태 방향과 멀어지는 쪽에 있는 마을회관·학교 등 안전한 곳으로 빨리 대피해야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집 주변에 있는 배수시설 등 위험요인을 미리 점검하고 대피 경로와 장소를 사전에 숙지해놓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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