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0명 노인 뇌 찍었더니…외로운 이들 '공통점' 나와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하면 노년기 뇌 수축이 더 빠르게 진행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된 일본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건강한 뇌 노화는 복잡한 문제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어떤 요소들이 명징한 정신을 유지하고 어떤 요소들이 기억력과 사고력의 저하를 초래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자극을 많이 받는 사교성이 중요하다는 연구가 많았다. 노년의 사회적 고립은 치매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컸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일본 규슈대 의대의 니노미야 도시하루 교수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질문을 바꿔봤다. 사회적 고립이 노인들의 뇌 용적과 관련 있는가?
사람들이 나이 들면 뇌는 자연스럽게 신경 세포와 그들의 연결의 손실을 반영하여 수축된다. 하지만 신경조직의 손실은 치매 과정에서 가속화된다. 만약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들이 더 작은 뇌를 가진 경향이 있다면, 연구원들은 치매와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론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과 관계는 아니지만 실제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65세 이상 8896명의 일본 노인의 뇌를 MRI로 촬영했다. 그 중 집밖에서 친구나 친척을 만나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관찰되지 않은 600명 이상의 뇌는 사교적 활동이 많은 다른 참가자에 비해 뇌 용적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기억과 관련됐고 치매 초기 단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뇌 구조의 조직이 적었다.
논문을 검토한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사회적 고립이 뇌를 수축시킨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대(NYU)의 조엘 살리나스 교수(신경학)는 뇌의 수축이 치매 초기 단계에서 가장 먼저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치매 과정의 초기 단계에 있게 되면 뇌수축이 일어나면서 집에 더 많이 머무르는 것 같은 행동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것.
반면에 사회적 연결이 뇌의 부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살리나스 교수는 말했다. 고립이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정도까지 진행되면 심혈관계와 뇌의 노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 대척점에 위치한 노인, 즉 주기적으로 정신적, 사회적 자극을 받는 노인이 더 큰 '인지적 예비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 인지적 예비력은 기억력과 사고력을 잃지 않고 노화된 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병적인 변화를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미국 펜실베니아대의 다니엘 샌즈마크 교수(신경학)는 이에 대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상황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사회적 고립이 더 작은 뇌 용적 때문인지 치매 때문인지를 선을 긋지 않았다"면서도 사교성이 뇌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우울증도 그의 일부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연구 참여자들의 우울증 증상에 대한 보고와 비교했을 때 사회적 고립과 뇌 용적의 수축 사이의 관계에서 우울증의 역할이 15%~29%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또 사회적 고립상태의 노인은 일반 노인에 비해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앓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경향을 보였다. 그들은 또한 담배를 피우거나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경향도 보였다.
이에 대해 살리나스 교수는 중요한 것은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더라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감정의 탱크를 채운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독서가 그 감정의 탱크를 채우는 가장 즐거운 방법일 수 있다"면서 "몸이 아플 때 곁에서 돌봐줄 사람만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 링크(https://n.neurology.org/content/early/2023/07/12/WNL.0000000000207602)에서 해당 논문을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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