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반복적으로 브리핑 방해 온라인매체 기자에 ‘출입정지’ 경고
백악관이 질문 권한을 얻지 못했다며 정례 브리핑 진행을 수개월간 방해해온 군소 매체 기자에게 ‘출입 정지’를 경고했다. 이를 계기로 백악관 브리핑장에서 ‘매체 영향력’ 순서로 당국자가 기자들을 지목해 질문을 주고받는 오랜 관행이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 백악관이 CNN 기자의 출입을 정지시켰다가 연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무효가 된 바 있으며, 바이든 백악관에선 출입 정지가 없었다.
미국 온라인 매체 ‘투데이 뉴스 아프리카’의 백악관 출입기자 사이먼 아테바는 백악관으로부터 상시 출입증(hard pass) 사용을 정지 또는 취소할 수 있다는 공식 경고 서한을 받았다며 12일(현지 시각) 이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서한에서 백악관은 아테바가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커린 잔피에어 대변인의 말을 끊고 브리핑 진행을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당시 아테바는 잔피에어 대변인이 다른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도중 큰 소리로 “당신은 9개월 동안 내게 질문권을 주지 않고 나를 차별해 왔다”며 항의를 이어갔다. 백악관은 이런 일이 작년 12월부터 여러 차례 반복된 점을 특히 문제 삼았다. 비밀경호국의 출입증 발급 조건에 ‘브리핑이나 행사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대목이 있으므로, 문제의 행동이 계속되면 출입 정지나 취소를 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아테바는 잔피에어의 전임자인 젠 사키 대변인이 있었던 작년 상반기부터 질문권을 얻지 못하면 고성으로 항의하며 브리핑을 방해했고, 이런 행동 때문에 백악관출입기자협회에서 제명된 상태다. 하지만 바이든 백악관과 대립하는 듯한 아테바의 모습이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어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에는 폭스뉴스의 인기 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 쇼에 출연해 바이든 백악관이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자신을 침묵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아테바 개인에 대한 차별로 보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악관 브리핑은 기자들이 손을 들면 대변인이 질문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무작위 선정이 아니라 철저히 ‘영향력 순서’에 따른다. 미국 언론의 전통에 따라 첫 질문은 AP 기자가 하고, 그 후에는 영향력이 큰 매체부터 작은 매체로 이어진다. 국무부 등 다른 정부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악관의 경우 브리핑룸에 1열당 7개씩 7열로 배치돼 있는 49석의 좌석 분배 자체가 매체 영향력을 반영하고 있다. 대변인이 서는 연단과 바로 마주 보는 1열 정중앙 좌석은 AP에 배정돼 있고 그 좌우로 NBC, 폭스, CBS, ABC, CNN 등 5개 대형 방송사와 로이터 통신 기자가 앉는다. 2열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유에스에이 투데이 등 대형 신문사와 CBS뉴스 라디오, 블룸버그 통신, 미 공영라디오 NPR 좌석으로 배정돼 있다. 브리핑이 시작되면 1~2열부터 질문권을 주는데, 이런 매체 기자들은 한 사람이 2~3개씩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와 의회 전문인 더힐 등이 있는 3~4열과 시사잡지 타임 및 주요 외신인 BBC,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있는 5~7열 순으로 질문권이 주어진다.
고정 좌석을 배정받지 못한 대부분 매체는 브리핑에 불참한 다른 기자의 좌석에 임시로 앉거나, 브리핑룸 옆과 뒤의 빈 공간에 서있어야 한다. 이런 매체들에 배정되는 질문권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에 몇 달 동안 열심히 브리핑에 출석해 손을 들어도 질문할 기회가 한 번도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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