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소도가 된 국회

2023. 7. 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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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하나님의 성전입니다. 당장 나가세요." - 영화 '1987'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중심이 됐던 명동성당과 향린교회.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 수배자들은 이곳을 은신처 삼아 민주화 세력을 결집시켰고 그해 6월 항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래설까요, 공권력을 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종교시설은 당시 국민들에게 성지처럼 여겨지곤 했습니다.

과거, 삼한시대 때는 소도란 게 있었죠.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인데, 죄인일지라도 이곳으로 도망을 가면 잡아가지 못하는 신성지역입니다.

그런데, 현대판 소도가 우리나라에 있지요.

"(혁신안) 내놓았는데 안 받으면 민주당은 망합니다." - 김은경 /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1호 혁신안으로 '불체포 특권 포기'를 내놓으며 저렇게 간곡하게 요청했음에도, 어제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없던 일'이 됐습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간곡하게 제안한다.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자"라고 했지만, 심지어 '정당한 영장'으로 '범위를 제한'해 추인을 시도했지만! 말입니다.

불체포 특권 포기는 이재명 당 대표가 대선공약과 당 대표연설에서 공식적으로 약속했던 겁니다. 당시엔 민주당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었죠.

오죽하면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이건 아니라며 본인들이라도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을까요.

국회의원 연봉은 1억 5,500만 원으로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고, 보좌진 최대 9명에 입법활동비, 정책자료발간비, 정책자료발송료, 문자 메시지 발송료, 야근 식대, 명절휴가비, 차량 유류비, 차량 유지비, 업무용 택시비.

심지어 의원회관에 있는 헬스장, 병원, 한의원, 약국, 목욕탕 등을 모두 다 무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국회의원 가족까지도 다 무료입니다.

또 19대 이전 국회의원들은 단 하루만 금배지를 달았어도 65세부터 월 120만 원씩 연금을 받으며,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 있는 국회의원 연수원이라는 이름의 휴양시설에는 국회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동네 사람은 되레 못 씁니다.

유식하기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면 주요 헌법 조항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17일, 제헌절이 얼마 안 남았죠. 이 기회에 헌법 제11조 한 번만 읽어보시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딱 한 줄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소도가 된 국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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