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아스파탐 경보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얻는 천연감미료 설탕은 비싸고 귀한 식품이었다. 국내에선 1970년대까지 번듯한 명절 선물이기도 했다. 설탕을 덜 먹거나 끊으려는 요즘 세태를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설탕이 귀해지면서 과학자들은 인공감미료를 궁리했고 그 답이 사카린과 아스파탐이다. 근래에는 설탕 과잉섭취 문제 해결책으로도 인공감미료가 관심을 끈다.
사카린은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화학 교수 아이라 렘슨과 그의 제자 콘스탄틴 팔베르크가 발견했다. 이후 대량생산이 시작됐고 세계로 퍼졌다. 단맛이 설탕의 300배인데 값은 훨씬 싸서 환영받았다. 지금도 팔리는 국내 제품 ‘뉴슈가’는 사카린 5%에 포도당 분말 95%를 섞은 것이다. 설탕 대용품으로 잘나가던 사카린은 1977년 발암 물질로 간주돼 급격히 몰락한다. 사카린을 투여한 실험 쥐가 방광암에 걸렸다는 캐나다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2010년에야 하루 섭취 허용량의 500배를 투여한 실험상 문제가 밝혀져 누명을 벗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스파탐은 1965년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래터가 발견했다. 단맛이 설탕의 200배인데 칼로리가 거의 없고 사카린처럼 쓴맛도 나지 않아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비만·당뇨·충치 걱정 없는 대체 감미료로 선전됐고 ‘제로 칼로리’ 열풍과 더불어 무설탕 음료·술·사탕·껌 등에 두루 쓰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4일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군에 포함시켰다.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불충분한 경우’라고 했다. 아스파탐을 많이 먹은 사람의 암 발병 위험이 10~15%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한 걸로 보인다. WHO는 기존 하루 섭취 허용량(체중 1㎏당 40㎎)은 유지했다. 제로콜라 55캔, 막걸리 33병 분량이다. 현재 섭취 수준에서는 안전성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아스파탐 과다섭취가 건강에 안전하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아스파탐은 사카린의 길을 갈 것인가. 과도한 공포는 문제다. 아스파탐 없는 막걸리를 찾느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술은 ‘확정적 발암 물질’이다. 그래도 가공식품의 안전성을 따져보는 일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달게 먹는 식습관부터 바꾸는 게 낫겠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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