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문기 아들 "이재명 캠프 관계자가 '도와달라'"…책상만 본 李(종합)
이재명 "모른다" 보고 "왜 자충수 두나"
이재명, 진술 들으며 내내 시선 아래로
'이재명씨'라고 호칭…"父 모를 리 없다"
"누군데 방에서 전화? 물으면 '성남시장'"
"캠프 관계자, '미안하다, 도와달라' 말해"
"캠프에서 지켜주지 않은 배신감도 원인"
"아버지 사망 1차적 책임은 이재명에 있다"
[서울=뉴시스]신귀혜 김진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의 아들이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방송에서 고인을 성남시장 재직 시절 몰랐었다는 취지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이 대표는, 고인의 아들이 증언을 이어가는 내내 시선을 내린 채 침묵을 유지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는 김 전 처장의 아들 김모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김씨는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표는 8년 동안 충성을 다하면서 봉사한 아버지 죽음 앞에 조문이나 어떠한 애도의 뜻도 안 비쳤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낸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측은 두 사람의 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로 2015년 1월 호주 등 출장 당시 함께 찍은 사진 등 유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씨는 검찰이 당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 사망 직후 관계를 묻는 언론에 '하급실무관에 불과해 교류가 없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가족들 대부분 분통해 하고, 그럴 정신이 있었겠냐만은 화가 났던 상태인데, 저는 '왜지?' '왜 자충수를 두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그 이유를 묻자 김씨는 "(이 대표가 부친을) 모를 리가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검찰이 '증인이 아는 한도에서 피고인이 관련성을 부인한 발언은 모두 사실이 아닌가'라고 묻자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김씨의 진술이 계속되는 동안 이 대표는 내내 시선을 자신 앞에 놓인 피고인석 책상으로 향한 채 침묵했다.
김씨는 생전 부친과 대화를 통해 들은 김 전 처장의 공사 입사 과정, 호주 출장,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이익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한 정황 등을 회상했다.
"(부친과) 대화를 자주 했고 화목해 부러움을 사는 가정이었다"고 한 그는 검찰이 '2013년 부친의 공사 입사에 유동규가 관여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당시 아버지께 직접 들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저를 PC에 앉히고 '공석인 자리에 지원자가 7명인데, 아버지가 가기로 돼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
호주 출장과 관련해서도 "자세한 얘기까지 듣지 못했지만 알고 있었다"며 "원래 아버지가 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가기 싫어했었다"고 떠올렸다.
또 출장 이후 부친을 통해 "2020년 이후 산책을 하며 이재명씨와 낚시를 하고 수차례 보고를 하고 그런 이야기, 유동규 본부장과 있었던 일들을 들었다"며 "호주 출장이라 콕 집어 얘기하지 않았지만 성남시장과 골프를 쳤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이날 김씨는 증언을 하며 이 대표를 '이재명씨'라고 호칭했다.
특히 김씨는 부친이 이 대표와 수차례 직접 전화 통화를 하고 이를 가족들에게도 언급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전화를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실제로 주말, 평일 가끔 집에 있으면 아버지가 전화를 받았다"며 "누구길래 방안에서 받느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얘기하곤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재명 캠프에 있던 이우종 경기아트센터 사장과 만났었다고도 전했다. 이 사장은 김 전 처장 사망 이후 김씨에게 만남을 제안, 대화 자리에서 '도와줄래요? 도와줄 마음 안 돼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날 김씨는 이 질문을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 달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도움'이라 함은 선거와 관련된 도움이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도 했다.
그는 이 대화 자리에서 이재명 캠프 측이 김 전 처장의 변호인을 선임해준 것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아닌 유동규를 도와주기 위해서 아버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느꼈다"는 의견도 전했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은 이와 관련해 생전 자신의 남동생에게 '피의자로 전환될 것 같다, 완전히 버림받은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김씨는 이 내용 역시 이 사장에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이 사장은 김씨에게 "서운했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갑자기 들이대니 블랙아웃이 돼서 모른다고 했는데, 돌아와서 보니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김씨는 밝혔다.
김씨는 이 말에 "골프를 같이 쳤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반문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화가 이 대표 측이 아버지인 김 전 처장을 이용한 뒤 버렸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고도 부연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이 대장동 비리 의혹 공론화 이후 국민의힘에서 자신을 고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자 불안감 등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김씨는 그런 불안감 외에도 "(이재명) 캠프에서 지켜주지 않는다는 배신감 등 전부 다 (원인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의 1차적 책임은 이재명씨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신문에 앞서 오전 공판에는 공사 소속으로 김 전 처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 인허가를 담당했던 실무자 한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처장이 수차례 이 대표와 친분을 언급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한씨는 검찰이 '김문기씨가 이재명과 실제로 친하다고 말을 했느냐'고 묻자 "그렇다. 2010년 시장선거 당시 리모델링 토론회에서 같이 토론회를 했다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국면에서 김 전 처장과의 관계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라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처장은 지난 2021년 12월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진행될 당시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되면서 이 대표와의 관계 등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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