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하정우·주지훈·김성훈, 척하면 착이다(종합) [Oh!쎈 리뷰]
[OSEN=김보라 기자] (※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외교관이 됐지만 학력이 부족했던 민준(하정우 분)은 승진에서 늘 뒤로 밀린다. 지망하는 국가에 언제쯤 갈 수 있을지 걱정과 불만을 품고 홀로 사무실에 남아있던 그는 선배 오재석(임형국 분)으로부터 외교관들만 알 수 있는 암호로 ‘살아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레바논에서 납치·실종된 지 무려 20개월 만에 오 사무관이 처음 생존을 알린 것이다. 민준은 자신이 오재석을 무사 귀환시키면 북미로 파견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청와대 비서실과 논의한 외무부는 비공식 작전을 시작한다.
1986년 1월 레바논 베이루트의 한국 공관으로 출근하던 오재석은 복면을 쓴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고, 억류된 상황에 대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수개월 간 인질로 붙잡혀 있었다. 이에 가족마저도 그의 생사 확인을 포기한 상태였는데 극적으로 생존이 확인된 것이다.
민준은 중동 문제 해결에 능통한 전직 CIA 요원을 찾아가고 그의 인맥을 동원해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재자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다.
한편 베이루트에 불법 체류해 택시기사로 근근이 살아가던 판수(주지훈 분)는 공항 내 보안군인들에게 쫓기던 민준을 태우면서 두 사람은 우연 같은 필연을 맺게 된다.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배급 쇼박스, 제작 와인드업필름·와이낫필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의 버디 액션을 표방한다. 김성훈 감독이 1986년 1월부터 1987년 10월까지 1년 9개월 간 벌어졌던 한국 외교관 레바논 피랍사건이라는 실화를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긴장감 넘치게 풀어냈다.
민준과 판수를 각각 소화한 하정우, 주지훈은 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2017~2018)로 친분을 다져놓았기 때문에 ‘비공식작전’에서 한층 더 빈틈 없는 케미스트리를 빚어냈다. 눈빛만 봐도 통했는지 척하면 착이다. 자연스러움이 묻어난 현장 애드리브가 완성본에 반영돼 웃음 잽을 여러 번 날린다.
민준은 얕은 질투심과 성공을 향한 욕망, 사회를 유지하는 정의, 공정한 도리, 그리고 인류애까지 다양한 층위의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하정우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화법으로 민준의 표정부터 심리까지 리얼하게 표현했다.
하정우와 티키타카가 좋은 주지훈 역시 판수 캐릭터에 제격이다. 절친한 하정우와 김성훈 감독과의 재회를 고민할 여지가 없었던 이유는 관객들도 본편을 보면 알게 될 터다.
판수는 굴곡진 인생을 살아서 나름의 상처가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 돈에 집착하는 사기꾼 같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 따뜻한 정이 서려있는데, 주지훈이 화려한 의상 착장부터 캐릭터에 맞는 체형으로 판수를 실존인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두 배우가 ‘신과함께’ 시리즈 이후 다시 뭉쳤기에 익숙함이 있긴 하나, ‘비공식작전’에서는 기존의 케미스트리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
‘끝까지 간다’(2014)와 ‘터널’(2016), 넷플릭스 ‘킹덤’(2019~2021)으로 흥행력을 입증한 김성훈 감독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기반으로 인간을 향한 뜨거운 서사를 부각했다.
앞서 좁은 집, 자동차 안에서 보여준 ‘끝까지 간다’ 및 ‘터널’의 기발한 액션 시퀀스처럼 ‘비공식작전’에서도 옥상과 건물의 외벽을 이용해 아이디어 넘치는 액션 합을 완성해 보는 재미를 안긴다.
하지만 관객에 이미 익숙한 ‘피랍’이라는 소재가 다소 아쉽다. 물론 영화의 기본적인 베이스이기 때문에 바꿀 수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해외 무장세력에 피랍된 한국인을 구출해야 하는 무거운 임무를 맡은 인물들의 고뇌와 역경은 ‘교섭’(감독 임순례) 등의 영화에서 접했기 때문에 신선하다는 느낌은 적다.
김성훈 감독이 앞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에서 “주 재료가 똑같아도 셰프의 양념에 따라서 다른 요리가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해 온 바. 물론 김 감독의 비유대로 “김치, 돼지고기란 익숙한 재료 두 가지라도 조리 방법을 달리 하면 정말 색다른 메뉴가 수없이 나올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반대로 느껴진다. ‘비공식작전’과 ‘교섭’은 각각 다른 식재료를 썼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따랐지만, 결국에는 똑같은 메뉴를 만든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같은 재료로 완전히 다른 요리가 나온 게 아니라, 다른 재료로 결국 똑같은 요리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서로 다른 감독들과 배우들이 참여해 진심과 열정을 다했고, 장점과 장기를 압축해 뽑아냈지만 결국엔 억류된 한국인을 구한다는 비슷한 류의 액션 드라마다.
흥행이 보장된 배우 하정우와 주지훈, 믿고 보는 감독 김성훈의 재회가 반갑고 이들이 만들어낸 시너지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다만 영화의 스토리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8월 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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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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