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만에 인니서 다시 만난 박진·왕이···한·중관계 지속발전 공감대 재확인

박은경 기자 2023. 7. 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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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분간 별도 의제 없이 현안 두루 언급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은 14일 오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언급과 싱하이밍 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으로 한·중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14일 한·중 양자 회담이 성사됐다.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려 그간 실타래 엉키듯 꼬인 현안들을 본격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양국 관계의 지속적 발전과 소통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재확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났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의 회담은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 만남 이후 11개월만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11월 G20(주요 20개국)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정상간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또 상호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에 기반해 건강한 양국관계를 만들기 위한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이 아세안 기간 중인 12일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점을 강력 규탄했다. 북한 도발 중단과 비핵화 대화 복귀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북핵 문제 관련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하는데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또 한·중·일 3국간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긴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중 양자 회담 후 진행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북한 도발 대응을 집중 논의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은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왕이(오른쪽 두번째)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양자 회담을 했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의 회담은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 만남 이후 11개월만이다. 사진 외교부

왕이 위원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박진 장관은)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계속 견지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중요성 등 우리 측 기본 입장 언급했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외교 기조로 내세우면서 중국의 반발은 예견됐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 해협에서 일방적 현상 변경 ‘절대 반대’ 입장 표명을 하고, 지난달에는 싱 대사가 “중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면 후회한다”는 강압적 발언을 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이날 양자 회담에서 싱 대사의 발언과 관련한 우리 측 입장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본분에 맞는 언행과 책임 있는 처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정부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한·중 외교당국 간 고위급 대면 소통도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올해 첫 고위급 회동은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성사된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 간 면담이다.

박 장관과 왕 위원 간 회담은 소통 라인을 이어가면서 한·중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관리 차원 성격이 강하다. 약 45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은 별도의 의제를 정하지 않고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공급망, 고위급 교류와 인적 교류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전반과 한반도 문제, 지역 국제 정세 등 거의 모든 현안이 두루 언급됐다.

양국 간 첨예한 현안을 깊이 논의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차관급 대화에 이어 고위급 대화를 이어갔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자카르타) |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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