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순위가 싱글A서 은퇴, 1453번은 MVP' 성적은 지명순 아니다

신화섭 기자 2023. 7. 1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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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신화섭 기자]
2023 MLB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에 지명된 폴 스킨스가 지난 6월 미국 대학 월드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를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2023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가 지난 12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최종 20라운드까지 진행된 이번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번의 영예는 피츠버그에 지명된 루이지애나주립대(LSU) 우완 투수 폴 스킨스(21)가 차지했다. 그는 올해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리그에서 12승 2패 평균자책점 1.69, 209탈삼진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에는 '1라운드 프리미엄'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신인드래프트 상위, 특히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은 엄청난 계약금과 더불어 경쟁자들에 비해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꽃길'만을 걸은 것은 아니다. 부상과 불운 등이 겹치며 부진한 성적을 거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빅리그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한 채 쓸쓸히 유니폼을 벗은 경우도 있다.

최근엔 헨리 데이비스(24·피츠버그)가 관심을 모은다. 루이스빌 대학 시절인 202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지명된 그는 단 2년 만인 지난 6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계약금 또한 650만 달러(약 84억원)이나 됐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14일 현재 올 시즌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9(71타수 17안타), 1홈런 7타점 2도루에 머물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 역시 0.657로 아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1 신인 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피츠버그에 지명된 헨리 데이비스(가운데). /AFPBBNews=뉴스1
심지어 1라운드에 지명된 후 계약조차 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으로 휴스턴의 지명을 받은 좌완 투수 브레디 에이켄(27)이 그랬다.

샌디에이고 출신인 에이켄은 지명 후 신체검사에서 왼쪽 팔꿈치에 문제가 발견됐다. 그는 계약 대신 수술을 받아야 했고 결국 드래프트 재수 끝에 2015년 1라운드 전체 17번으로 클리브랜드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부상 재발과 더딘 성장속도로 인해 끝내 빅리그에 오르지 못한 채 2019년 시즌 후 유니폼을 벗었다. 그가 가장 높이 올라간 무대는 마이너리그 싱글 A였다. 하지만 클리블랜드 입단 때 받은 계약금 250만 달러(약 32억 3350만원)는 챙길 수 있었다. 당초 휴스턴이 그에게 제시한 계약금은 650만 달러였다.

1991년 뉴욕 양키스가 전체 1번으로 지명한 좌완 투수 브라이엔 테일러(52)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190cm의 장신에서 내려꽂는 로켓 같은 속구로 유명했다. '스타가 될 수밖에 없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양키스는 그에게 당시 아마추어 선수 입단 계약금 최고액인 155만 달러(약 20억원)을 안겨줬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테일러는 프로 진출 2년 뒤인 1993년 왼쪽 어깨를 다쳐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재활로 인해 1994년 시즌을 통째로 쉰 그는 1995년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부상이 결국 발목을 잡았고, 2000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프로 입단 후 가장 높이 날았던 리그는 겨우 더블 A였다.

1라운드 흑역사에는 김하성(28)의 소속팀 샌디에이고도 빠지지 않는다. 샌디에이고는 200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3번으로 외야수 도나반 테이트(33)를 지명했다. 계약금은 무려 625만 달러(약 80억 8250만원)였다. 샌디에이고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테이트는 프로 진출 후 오프시즌에 산악용 자동차를 타다 부상을 당하거나, 대마초를 피워 징계를 받는 등 야구 외적인 요소로 더 자주 언론에 거론됐다. 그 또한 2016년 싱글 A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대학 시절 야구와 미식축구 모두에 재능이 있었던 테이트는 이후 애리조나 대학에 진학해 미식축구에 도전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조용히 운동을 접었다는 후문이다.

뉴욕 메츠 시절 마이크 피아자. /AFPBBNews=뉴스1
이들과는 정반대로 하위 라운드에 지명될 만큼 주목받지 못했지만 프로 진출 후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간 선수들도 적지 않다.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50)와 배터리 호흡을 맞춰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마이크 피아자(55)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198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당시 실력으론 지명을 받을 수 없을 만큼 무명 선수였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와 친분이 있었던 토미 라소다 감독의 배려로 다저스의 지명을 받았다. 지명순위는 62라운드, 전체 1395명 중 1390번이었다.

1992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공격형 포수로 성장한 피아자는 뉴욕 메츠 등을 거쳐 2007년 오클랜드에서 은퇴할 때까지 빅리그 통산 16시즌 동안 홈런을 427개나 쏘아 올렸다. 199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시작으로 올스타 12회, 실버슬러거상도 10회나 수상했다. 은퇴 후에는 2016년 투표를 거쳐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폴 골드슈미트. /AFPBBNews=뉴스1
21세기 메이저리그 대표 1루수로 우뚝 선 폴 골드슈미트(36·세인트루이스)도 인생역전의 주인공이다. 그는 당초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49라운드 전체 1453번으로 다저스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재도전을 선택했고 결국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 전체 246번으로 애리조나에 지명됐다. 계약금은 9만 5000달러(약 1억 2283만원). 그 시기에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선수들의 계약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다.

하지만 프로 진출 후 단 2년 만인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만큼 골드슈미트의 성장속도는 빨랐다. 이후 행보도 독보적이다. 올스타에 7번이나 선정됐고, 골드글러브 4회, 실버슬러거도 5회 수상했다. 2013년에는 내셔널리그 타점, 홈런왕에도 올랐다. 지난해에는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섰다. 올 시즌에도 타율 0.284, 15홈런 46타점으로 활약하며 빅리그 통산 타율 0.295, 330홈런 1088타점을 기록 중이다.

피아자와 골드슈미트가 남긴 발자취는 결국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은 지명 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신화섭 기자 evermyth@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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