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바이오·백신 펀드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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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원도 못 모아서 2000억원으로 출범한다는 게참".
정부가 내달 출범을 예고한 K바이오·백신 펀드 얘기다.
최준호 싸이티바코리아 대표는 13일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회복지수' 결과를 발표하며 K바이오·백신펀드에 대해 "1조원은 글로벌 제약사 1년 연구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이기에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K바이오·백신 펀드를 5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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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원도 못 모아서 2000억원으로 출범한다는 게…참”.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에서 바이오 업계 고위 관계자가 혀를 내둘렀다. 정부가 내달 출범을 예고한 K바이오·백신 펀드 얘기다.
K바이오·백신 펀드는 정부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한 계획이다. 총 50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한다. 보건복지부 1000억원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까지 국책은행 3곳 1000억원 등 총 2000억원과 펀드 운용사 2곳이 각각 250억원, 200억원 출자하는 구조다. 나머지는 민간 투자자로 채운다.
정부 예상과 달리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펀드 결성 시기는 여러 차례 미뤄졌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한 뒤 같은 해 8월 운용사 선정 공고를 내면서 연내 펀드를 결성하고, 연말까지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올해 들어 5월과 6월 7월까지 내리 세 번이나 미뤄졌다.
투자업계에서는 펀드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 출자 금액을 제외하면 운용사가 모아야 할 금액은 3000억원이다.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정부가 생색 내기 위해 2000억원을 내놓았다는 말도 나온다. 애초부터 펀드 조성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불장(상승장)’을 지낸 뒤 이제 옥석 가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도 보이지 않는다. 챗GPT로 급부상한 IT 종목들도 많은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제약·바이오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운용사 두 곳 중 한 곳은 아예 자격을 반납했다. 정부 출자사업 지원 자격 제한과 같은 징계보다 펀드 조성에 따른 위험 부담이 더 크다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다. 그렇게 5000억원짜리 펀드는 반 토막이 났다.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펀드가 오히려 제약·바이오 산업을 주눅 들게 하고 있다. 펀드 조성을 기대했던 산업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형 제약사와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벌어들인 돈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며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 유럽연합(EU)이 내놓은 R&D 스코어보드 내 R&D 집행 상위 10대 기업 중 제약·바이오기업은 스위스 로슈, 미국 존슨앤드존슨(J&J) 두 곳이다. 로슈는 2021년 132억6080만유로, J&J는 129만9130만유로를 R&D에 쏟았다. 한국 돈으로 18조원이 훌쩍 넘는다.
최준호 싸이티바코리아 대표는 13일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회복지수’ 결과를 발표하며 K바이오·백신펀드에 대해 “1조원은 글로벌 제약사 1년 연구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이기에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K바이오·백신 펀드를 5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내달 계획대로 출범하면 다른 단추도 제자리를 찾지 못할 게 뻔하다. 단추를 아예 새로 끼우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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