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리플은 증권 아니다”… 암호화폐 일제히 상승세 [뉴스 투데이]

서필웅 2023. 7. 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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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판결서 발행사 손 들어줘
시장선 “코인업계 승리” 환호
리플 개당 가격 하루새 66%↑
국내서도 거래 활성화 기대감
“증권성 이슈 종결 안 돼” 지적

시가총액이 세계 4∼5위권에 이르는 대형 암호화폐(가상자산) 리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2년 넘게 진행된 소송에서 사실상 승리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이날 “리플은 불법 증권”이라며 SEC가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리플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될 때는 증권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증권이 아니다”라고 약식 판결했다. 리플은 리플랩스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로, 공식적인 명칭은 ‘엑스알피(XRP)’이지만 발행사 이름을 따 일반적으로 리플이라고 불린다.
14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급등하는 암호화폐 리플(XRP)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리플을 발행하는 리플랩스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이날 리플은 한때 약 90%까지 오르는 등 급등했다. 뉴스1
SEC는 2020년 12월 리플이 법에 의한 공모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고 판단하고, 리플랩스와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리플랩스는 리플이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리플의 증권 여부가 소송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양측은 빠른 결론을 위해 지난해 9월 약식판결을 요청했다. 약식판결이란 양측의 쟁점에 대한 사실관계가 명확한 경우 사실심리(공판)를 생략하고 판결을 하는 절차다.

토레스 판사는 이번 판결에서 “기관들은 리플이 암호화폐 판매로 얻은 수익으로 XRP 생태계를 개선해 가격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래소를 이용해 리플에 투자한 개인은 이러한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었다”면서 개인 판매에 한해서는 불법적인 증권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토레스 판사는 리플이 판매한 13억달러 중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7억2800만달러의 상품은 불법적인 증권거래에 해당한다며 SEC의 손을 일부 들어주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사실상 암호화폐 업계의 승리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로 SEC가 암호화폐 업계에서 규제 영향력을 상당부분 잃을 수밖에 없게 됐다. SEC는 리플 외에도 암호화폐 플랫폼인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에 대해서도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설립자인 캐머런 윙클보스는 트위터에 “이번 판결은 SEC를 전통적인 금융으로 강등시키는 분수령”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향후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서도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빗의 리서치센터는 판결 전인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중요한 것은 SEC와 리플랩스 중 누가 승소했느냐가 아니라 법원이 리플 자체를 증권으로 판단하느냐의 여부”라고 했다.
리플의 일부 승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암호화폐 가격은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기준 리플 1개당 가격은 전날보다 66.49% 급등한 0.7874달러(약 997원)를 나타냈으며 한때 약 90%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비트코인 1개당 가격도 3.46% 상승한 3만1368.76달러(약 3972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한때 3만1814.51달러(약 4029만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더리움도 2008.98달러(약 254만원)로 7.53% 올랐다.

국내 업계도 이번 판결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리플이 차지하는 위치를 볼 때 이번 판결로 거래가 활성화되리라는 것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리플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시장에서 3조2400억원의 시가총액을 차지해 전체 시장에서 16.7%의 비중으로 비트코인에 이어 2위였다.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이더리움보다 리플이 더 크게 거래되는 것이다.

전체 시장을 놓고도 올해 들어 움츠러들었던 시장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묻어나온다. 그동안 가상자산업계는 잇따르는 미국발 가상자산 규제 정책 등이 지속하여 왔다.

이번 판결로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내려진 건 아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판결로 증권성 이슈가 걸려 있는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암호화폐의 증권성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이번 판결은 알트코인 전반에 간접적으로 중요하지만 판결 자체는 리플에 국한됐다는 점, 그리고 정식 재판도 남아 있어 아직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증권성 이슈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다만, 국내 금융당국이 SEC를 전례로 가상자산 시장 규제책을 벌여온 만큼 이번 판결이 국내 규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법원에서 진행 중인 ‘테라·루나’ 폭락사태 관련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테라·루나’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규정하고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기소했었다.

서필웅·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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