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파업 이틀만에 종료…최악 의료대란 피했다(종합)

이훈철 기자 강승지 기자 2023. 7. 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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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13~14일 총파업…무기한 파업 대신 현장 복귀 후 지역별 교섭키로
합의문 작성 없지만 복지부와 대화 지속…2차 파업 불씨 남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총파업 이틀째인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나순자 위원장이 향후 총파업투쟁계획 발표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7.1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강승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이틀 만에 종료되면서 최악의 의료대란을 피하게 됐다. 노조는 7대 핵심의제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무기한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파업으로 인한 환자 불편이 현실화하면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향후 정부와 대화에서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2차 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14일 오후 중앙총파업투쟁본부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13~14일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의 6만여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산별총파업을 종료하고 현장교섭·현장파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번 파업을 통해 7대 핵심의제를 충분히 쟁점화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하고 일단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현장 파업을 계속하는 지부를 제외한 조합원들은 산별총파업 투쟁을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업부복귀 시간은 근무조 편성 등을 고려해 각 지부별 노사 협의에 따르기로 했다.

◇19년 만의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이틀 간 의료 현장 혼란

현장 복귀를 결정하면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도 이틀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앞서 노조는 13~14일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의료기관)에서 총파업을 진행했다.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4만5000여명(노조 추산)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번 파업에는 사립대병원지부 28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26개 등이 동참했다. 이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18곳도 있다.

노조의 이번 파업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 지원 등 7가지 사항을 두고 지난 5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시도했지만, 타결을 이루지 못하면서 진행됐다.

13일 서울에서 진행된 총파업 투쟁에 이어 14일에는 서울, 부산, 세종, 광주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이뤄지면서 파업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노조의 파업으로 일부 의료 현장에서도 혼란이 발생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전날(13일) 오후 6시 기준 응급실 진료에 차질이 생긴 병원은 최소 15곳으로 파악됐다. 부산대학교병원은 의료공백에 대비해 700여명의 일반병동 환자를 퇴원시키기도 했다. 일부 병원에서도 수술을 미루거나 환자의 조기 퇴원을 권고하는 일도 발생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이틀째인 14일 오후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공공의료 인력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3.7.1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의료 대란 대신 정부와 대화 선택…2차 파업 불씨 남아

노조가 이틀 만에 현장 복귀를 결정한 배경에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환자의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노조는 이날 회의에서도 내부적으로 무기한 파업을 주장하는 조합원과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파업 종료를 설명하며 "이번 파업으로 불편을 입은 환자 분들과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 위원장은 "이 불편이 헛되지 않도록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보건의료체계가 정상화되고 환자들에게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의 파업 종료에는 정부와 물밑 대화도 한 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파업을 전후해 노조 측과 총 3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7대 핵심의제에 대해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으며, 정부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파업 철회 당시 합의문을 작성한 것과 달리 이번 파업 종료 과정에서는 별도의 합의문이 작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2차 파업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는 "오늘 오후 5시부터 현장 교섭을 재개하고 조속한 타결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다만 현장교섭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지부 현장 파업에 돌입하거나 사용자 측의 노조탄압과 불성실교섭으로 노사관계가 파행으로 치닫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산별집중투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정부와도 9·2 노정합의 이행점검 협의체와 실무협의체를 통해 대화와 협상을 병행해 추진하기로 했지만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2차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나 위원장은 "만약 정부가 인력대란과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해법 마련을 회피하거나 소홀히 한다면 2차 산별 총파업 및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종료에 대해 "총파업 종료를 결정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각 병원에서도 조속히 노사협상을 타결해서 의료 공백이 없길 바라며 복지부는 이미 발표한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앞으로도 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가 처우개선,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일반병동 간호사실이 텅 비어 있다. 부산대병원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대비해 지난 11일부터 중환자, 전원 불가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을 전원·퇴원 조치했다. 2023.7.1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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