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본 스리피트라인 판정 문제… 스포츠의 공정은 '명확'이다 [SPO 칼럼]
[스포티비뉴스=양중진 칼럼니스트] 13일 광주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경기에서 스리피트라인 침범 판정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삼성의 피렐라 선수가 친 빗맞은 땅볼이 1루 방향으로 데굴데굴 굴러갔습니다. 투수인 양현종 선수가 재빨리 공을 주워 1루를 향해 던졌지만, 송구가 2루 쪽으로 치우쳤지요. 어떻게 보면 양현종 선수 입장에서는 공을 그렇게 밖에 던질 수 없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타자주자인 피렐라 선수가 송구길을 막은 채 달리고 있었으니까요. 결국 공이 빠졌고, 1루에 있던 주자는 3루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KIA의 김종국 감독이 즉각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습니다. 주자가 1루 파울라인 안쪽, 페어라인으로 달렸으니 스리피트라인 규정 위반으로 아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오랜 시간의 판독 끝에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투수의 송구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어서 주자의 주루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요.
판정 직후 TV 화면에는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양현종 선수의 표정이 잡혔습니다. 김종국 감독도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판정에 항의했지요. 피렐라 선수가 송구길을 막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피해서 송구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악송구가 된 것이라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판정은 반복되지 않았고, 비디오판독에 항의한 김종국 감독은 자동으로 퇴장조치 되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왠지 데자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같은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6월 16일에 열린 NC와 KIA의 경기였습니다. 무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KIA의 신범수 선수가 희생번트를 시도했지요. 타구를 잡은 NC의 류진욱 투수가 3루로 송구하려다가 미끄러져 송구를 포기하고 1루로 송구했습니다. 그런데, 송구가 공교롭게도 1루로 달리던 타자주자 신범수 선수의 발목을 맞췄지요. 결국 공이 빠져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동점이 된 듯했습니다. 그러자 NC의 강인권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습니다. 역시 타자주자가 스리피트라인을 벗어났다는 주장이었지요. 비디오 판독 끝에 판정이 번복됐습니다. 신범수 선수가 파울라인 안쪽으로 뛰어 류진욱 선수의 송구를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당시에도 김종국 감독이 덕아웃에서 뛰쳐나와 항의를 했습니다. 당시 류진욱 선수의 송구도 1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홈 쪽으로 한참 치우친 방향으로 이루어졌거든요. 게다가 신범수 선수는 주루를 하면서 송구길을 막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역시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김 감독은 퇴장 조치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스리피트 라인 규정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야구규칙은 5.09 아웃 규정에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파울라인 안팎의 3피트 라인을 벗어남으로써 야수를 방해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는 경우 아웃이 된다.‘
법률가의 시선으로 볼 때 위 규정은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첫째는 뭐가 방해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심판에게 판단의 재량권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형벌 규정은 명확하지 않으면 지킬 수가 없습니다. 어떤 행동이 법에 위반되는지 잘 모르는데 그것을 처벌할 수는 없다는 뜻이지요. 형벌 규정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스포츠에 있어서의 규칙도 마찬가지이지요. 무엇이 규칙에 위반되는지 모르는 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판정이 나오면 누구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방해’라는 말은 명확한 용어가 아닙니다. 앞의 두 사례에서 보듯 누군가는 방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생각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아웃과 세이프가 심판의 재량 영역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비디오판독이라는 제도 자체가 도입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그 이전에 스포츠가 스포츠로서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심판의 재량으로 아웃과 세이프를 판단할 수 있으니 승부를 좌우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테니까요. 심판에게 정확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해야지 판단하게 하면 안됩니다. 물론 모든 규정에서 판단권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나아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규정을 정비할 필요는 있습니다.
스리피트라인 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에게 올바른 주루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심판으로 하여금 방해했는지 판단하게 둘 것이 아니라 스리피트라인 규정을 정비해야 합니다. 그렇이 옳은 방향 아닐까요.
예를 들면, 이렇게 고치는 것입니다.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은 파울라인 바깥쪽을 밟고 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심판원은 아웃을 선언한다.‘ 어떤가요? 선수나 관중, 심판의 입장에서 보아 좀 더 명확하지 않는가요.
명확하다는 것은 공정하다는 것의 다른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스포츠의 기본정신이기도 합니다.
양중진(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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