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中의 이메일 해킹 책임 물을 것” vs 왕이 “불법 제재 취소하라”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3. 7. 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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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중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자카르타=AP/뉴시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이 13일(현지 시간) 회담을 갖고 미중 군사 ‘핫라인’ 재개와 수출규제를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왕 위원은 뻔히 보이지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는 ‘회색 코뿔소’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현실화되는 사태를 의미하는 ‘블랙스완’을 언급하며 미중 충돌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만 중국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 국무부와 상무부 이메일 해킹 사건 등 돌출 변수에도 미중 외교수장이 지난달 블링컨 방중 이후 24일 만에 다시 회담을 하는 등 양국 간 소통은 유지되고 있다.

● 블링컨, 中 해킹에 “책임 물을 것”

미 국무부는 이날 블링컨 장관과 왕 위원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블링컨 장관이 인도네시아에 도착하자마자 왕 위원을 만난 것.

90분간 이어진 이날 회담에선 지난달 블링컨 장관의 방중 당시 합의된 미중 고위급 소통 재개와 기후 변화 대응 등 실무 협력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가 주로 논의됐다. 미국에선 재닛 옐런 재무장관 방중에 이어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서 군사 핫라인 재개와 대만 해협 안정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외교와 경제·산업, 기후 등 글로벌현안 관련 고위급 소통이 재개되는 만큼 미중 대화 채널의 마지막 퍼즐인 미중 국방 소통도 복원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라이 래트너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가 셰펑(謝鋒) 주미 중국대사와 전화통화를 하는 등 미국은 미중 군사 핫라인 복원을 위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국무부 관계자는 “돌파구는 없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서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를 두고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나토와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의 안보 협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메일 해킹 사건에 대해선 “미국 정부, 기업,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어떤 행동도 큰 우려사항”이라며 “관련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 정부와 관련된 해커들이 러몬도 상무장관과 국무부 직원들의 이메일 계정 등 25개 미국 기관의 이메일을 해킹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왕이, 나토 동진에 “회색 코뿔소 저지해야”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중단과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 등에 대한 제재 철회를 주장하며 맞섰다. 왕 위원은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에 대한 경제·무역 및 과학기술 탄압을 중단하고 불법적이고 무리한 제재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또 대만 문제와 관련해 왕 위원은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내정 간섭을 하거나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왕 위원은 블링컨 장관에게 “회색 코뿔소를 결연히 저지하고, 블랙스완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회색 코뿔소는 뻔히 보이는 위험인데도 방치하다 큰 위기를 맞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블랙스완은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의미한다. 이 같은 발언은 이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11일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밝히고, 대만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지지한데 대해 경고하면서 미중 충돌을 피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 선회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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