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콜라 몇 캔 먹어야 아스파탐 허용량 넘을까

WHO, 아스파탐 발암 가능 물질 분류
식약처 “현재 섭취 수준이면 안전”
”콜라 55캔, 막걸리 33병, 감자톡은 6000봉지 먹어야 1일 허용량 넘겨”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로 쓰이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달지만 칼로리는 낮아 ‘제로 음료’ 등에 많이 사용된다. WHO는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이라면서도 하루 섭취 허용량을 체중 1㎏당 40㎎으로 그대로 유지했다. 현재 섭취 수준에서는 안전성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국내 음료나 스낵 등에도 아스파탐이 함유되어 있지만, WHO나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을 고려하면 성인이 하루에 제로 콜라 55캔 이상, 막걸리 33병 이상 마시지 않으면 하루 섭취 허용량 이내라는 것이다. 국내 식품업계는 한숨을 돌리면서도 소비자 우려를 고려해 대체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식품업계에서 ‘탈(脫)아스파탐’ 전략이 조심스레 검토되고 있다.

◇ “현재 섭취 수준이면 안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인체 발암 위험이 있는 물질을 ‘그룹1′ ‘그룹2A’ ‘그룹2B’ ‘그룹3′ 등 4가지로 분류한다. 이날 WHO는 아스파탐을 그룹 2B로 분류했는데 이는 동물실험에서 일부 발암성이 확인된 경우다. 채소 절임, 열대식물 알로에베라, 내연기관이 배출하는 연기뿐 아니라 휴대용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도 그룹2B에 속한다. WHO 발표 이후 우리나라 식약처는 “현재의 아스파탐 사용량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2019년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 정한 1일 섭취 허용량의 0.12%로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의 사용량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제조됐다고 보고 된 식품 약 86만건 중 0.47%인 3995개 품목에 아스파탐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음료나 스낵 등에 아스파탐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고, 하루에 얼마나 마시거나 먹어야 안전한 수준일까. 식약처에 따르면 다이어트 콜라(250mL)에는 아스파탐이 보통 43㎎ 들어 있다. 몸무게가 60㎏ 성인의 경우엔 하루에 55캔 이상 마셔야 1일 섭취 허용량을 초과한다. 35㎏ 어린이는 하루에 33캔 이상 마시지 않는다면 허용량을 넘지 않는다. 같은 방식으로 아스파탐이 72.7㎎ 들어간 막걸리(760mL)는 33병 이상, 0.02㎎ 아스파탐이 들어간 초당옥수수 콘칩(60g)은 1만2000봉지 이상 먹어야 하루 섭취량을 초과하게 된다.

다만, 식약처는 “IARC의 아스파탐 발암 유발 가능성 제기에 따른 소비자 우려와 무설탕 음료의 인기 등을 고려해 인공감미료 전반에 대한 섭취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기준과 규격을 재평가하겠다”고 했다.

◇ 식품업계는 이미 ‘탈(脫)아스파탐’

식약처 발표에 일단 막걸리 제조사들과 음료·식품·유통업계는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아스파탐을 다른 인공감미료로 이미 바꿨거나 다른 대체재를 찾고 있다. 국내 주요 막걸리 업체인 서울장수와 지평주조, 국순당 등은 대체재를 찾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막걸리 제조사들은 제품 변질을 막고 단맛을 내기 위해 아스파탐을 소량 사용해 왔다. 제품마다 함량 차이가 있지만, 한 병당 보통 1일 섭취 허용량의 0.02%인 70㎎ 정도가 들어가 있다. 한국막걸리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1일 권장량의 최소 기준만큼만 써왔고, 당장 감미료를 바꾸면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나쵸’ ‘감자톡’ 같은 과자 10여 종에, 크라운 제과는 ‘초당옥수수 콘칩’ 1종에 아스파탐을 극소량 쓰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미 아스파탐을 빼고 다른 감미료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간 상태”라고 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도 “아스파탐 대체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들도 자체 PB 상품에 사용했던 아스파탐을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