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프랑스 대사관, 김중업 혼 담았다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7. 14. 18: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기념일 맞아
신축 대사관 소개 기자간담회
한국과 프랑스 사이 조화·우정 강조

“이곳에는 한국의 얼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14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주한프랑스 대사관저에서 열린 신축 대사관 소개 기자간담회에서 필립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가 한 말이다. 한국민속촌도 아닌 주한프랑스 대사관이 ‘한국’을 품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대사관에 들어서면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 ‘김중업관’을 보면 누구나 르포르 대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4일 주한프랑스 대사관 내 모습. 지붕이 한국의 처마와 닮은 ‘김중업관’이 보인다. [사진=김상준 기자]
콘크리트 지붕의 4개 모서리가 하늘을 향해 유연하게 들려 있다. 한국의 처마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건물은 필로티 구조로 돼 있다. 프랑스 출신의 건축 대가 르코르뷔지에의 트레이드 마크다. 건물 이름을 차지한 김중업(1922~1988)의 설계다.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중업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다.

주한프랑스 대사관은 국내 대표 건축가인 조민석 매스스터디 대표와 윤태훈 프랑스 건축사무소 사티 대표의 공동 설계로 김중업관을 복원했다. 조 대표는 “복원에 필요한 자료가 많지는 않았지만, ‘김중업 박물관’에서 자료를 최대한 제공해 줬다”며 “흑백 사진 등을 비교 대조하면서 정성껏 지었다”고 밝혔다. 정민주 사티 코리아 소장은 “김중업 선생은 한국 전통의 미를 표현하면서도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을 표현하겠다는 목표로 건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14일 주한프랑스 대사관 내 모습. ‘김중업관’ 지붕 뒤로 업무동인 ‘몽클라르관’이 보인다. [사진=김상준 기자]
김중업관뿐만 아니라 대사관 부지 전체에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의 예술 철학이 녹아 있다. 업무동인 ‘몽클라르관’과 민원 등을 받는 ‘장-루이관’은 콘크리트 철골 구조를 일부러 드러내고 있다. 용접 흔적까지 그대로 뒀다. 또 몽클라르관은 수직성을 강조하고 장-루이관은 수평성을 강조하면서 균형을 확보했다. 건물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여러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앙상블’을 중시했다.

김중업관에서 관저로 가는 길 양쪽에는 꽃이 피어 있다. 한 쪽은 프랑스의 꽃, 다른 한 쪽에는 한국의 꽃을 심었다고 한다. 르포르 주한프랑스 대사는 이날 “프랑스와 대한민국의 관계는 1866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곧 한국에서의 임기를 마치는 그는 기자간담회 직후 진행된 프랑스 혁명기념일 행사에서 지난 4년 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양국 사이 우정을 재차 강조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