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원안 종점’ 주민들 만난 국민의힘 “노선 변경 목소리 정부에 전달할 것”
국민의힘이 14일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 종점으로 예정된 경기 양평군 양서면을 찾아 주민들과 만났다. 노선 변경을 원하는 주민 여론을 등에 업고 더불어민주당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여야는 오는 1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김정재·김학용·박정하·서일준·엄태영·정동만 의원은 김선교 국민의힘 여주·양평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 등과 함께 이날 양서면의 한 교회에서 지역 주민 간담회를 했다. 이날 현장방문은 17일 국토위 긴급 현안질의를 대비하는 목적에서 이뤄졌다.
여당 인사들은 민주당이 제기하는 노선 변경(강상면 종점)으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반박하면서, 양서면 주민 바람대로 노선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 군수는 “지난 이장간담회에서 양서면 지역에 고속도로 분기점(JCT)이 설치되면 매연과 소음이 심하게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주민 의견을 반영해 대안 노선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구용 양서면 청계2리 이장은 “이곳에 분기점을 만들면 마을 바로 위로 교각이 지나가게 되는 꼴”이라며 “우리 지역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것은 피해달라”고 말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지역 주민 숙원사업인데,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들어 (종점이) 갑자기 변경됐다.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다’라고 주장하면서 정쟁화됐다. 그래서 무기한 중단된 상태”라며 “가짜뉴스가 해결되면 신중하게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원희룡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으로 동요하는 양평 지역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의 발언이다. 그러자 한 주민이 일어나 “다 알고 있다. 그런 말 하지 마라” “민주당과 국민의힘 다 빼고 얘기해야 한다”며 큰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현재 노선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들은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국토부에 잘 전달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주민 여론을 거론하며 노선 변경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양서면 주민들조차 원안을 거부하는데 민주당이 주민 뜻을 거슬러 원안을 고집하는 것은 민의 수렴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조차 망각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같은 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제기하는 국정조사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요구와 법 위반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돼야 양당이 합의할 수 있다. 그런 조건이 성립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는 원 장관의 백지화 발언으로 촉발된 지금 상황에 대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문표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 부분부터 문제가 상당히 커졌다. (원 장관이) 조금 신중하지 못했다”며 “명명백백한 답을 만들려면 제3의 기관을 통해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정파 싸움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12일 KBS 라디오에서 “(사업) 백지화는 안 된다”며 “정쟁으로 갈 것이 아니라 전문가 팀을 만들고 주민 대표들을 모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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