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초기엔 전 정부 감사, 중반 되면 현 정부도”···‘정치 감사’ 자인 비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초기에는 전 정부가 감사 대상”이라며 “현 정부도 중반부 되면 감사받는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14일 “감사원이 정권에 따라 감사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이 이날 입수한 회의록을 보면 유 총장은 전날 비공개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감사원법 개정안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정치 감사’를 제한할 목적으로 감사위원회 의결사항을 공개하는 등 감사원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감사원법 개정안이 왜 발의된 것 같냐”고 묻자 유 사무총장은 “저희가 독립적으로 나름 어느 시대나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초기에는 전 정부가 감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감사원이 전 정부를 감사해서 (민주당이) 이 개정안을 냈다는 소리 하지 마시라”고 지적하자 유 사무총장은 “어차피 중반부 되면 현 정부 사업도 감사받는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이런 식으로 답변하니 감사원의 정치적인 독립성, 중립성이 의심받는 것”이라며 “여당 간사님도 웃고 계시다”며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언급했다. 민주당 소속 소병철 소위원장은 “감사원은 발생한 사안에 대해 감사를 하는 것이고 미래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감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사무총장이 (미래에) 이 정부를 감사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사원이) 정권 초기라 문재인 정부를 감사하는 것이고 중반 되면 윤석열 정부도 감사할 것인데 굳이 감사원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의 유 총장 말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다”며 “이런 시각의 결과가 바로 정치 감사”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유 총장 발언은 감사원이 정권에 따라 감사의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유 총장이 그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감사원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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