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이 광고 단가로 특정 언론 밀어줬다? 애초부터 오류였다
논란이 된 광고 단가 시뮬레이션 문건 확인 결과 신문사 10곳 중 7곳 단가 상승…국민의힘 무분별한 의혹 제기 도마에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국민의힘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단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특정 언론을 밀어주려고 한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주장했으나 언론재단이 특정 언론을 밀어주려 한 정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지난 6월27일 '트루스가디언'이란 매체의 기사를 근거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취합한 정부 광고 단가 자료에서는 원래 열독률 조사에서 6배 차이가 나던 1위 조선일보와 6위 한겨레의 순위가 바뀌어 한겨레가 1위로 올라섰다”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범죄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행된 언론시장 조작과 교란 행위를 규명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후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 등을 향한 검찰 고발까지 이어졌다.
앞서 '트루스가디언'은 언론재단이 공개한 광고단가(1면 5단통) 시뮬레이션 결과 한겨레 3330만원, 조선일보 3229만원, 중앙 3229만원, 동아 3195만원, 한국 3128만원 순이라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의혹제기의 핵심이 되는 수치인데 이 수치는 2022년 1월 언론재단 내부에서 새로 바뀐 정부 광고 지표 시뮬레이션 결과로, 실제 정부광고 집행 단가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당시 새 광고 지표로 광고비 배정 시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기사에 없는 수치가 더 있었다. 시뮬레이션 대상 신문사는 10곳이었고, 시뮬레이션 결과 시뮬레이션 반영 금액과 실집행 금액차(1면 5단통광고 기준)에서 한겨레는 555만원, 농민신문은 572만원, 한국일보는 353만원, 서울신문은 538만원, 경향신문은 286만원, 국민일보는 437만원, 문화일보는 370만원 정도의 광고 단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026만원, 동아일보는 1060만원 정도 단가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열독률 60%, 사회적책임 40%로 구성된 해당 시뮬레이션 결과를 담은 '정부광고지표 활용 인쇄매체 집행 시 이슈사항'이란 제목의 재단 내부 문건을 입수, 확인한 결과 해당 문건에는 △광고집행시에는 매체사가 정한 판매 단가를 적용해야 하는데, 해당 단가를 적용할 경우 조중동의 경우 1면 5단통 광고 집행이 불가한 상황 초래 △한겨레 포함, 이외 매체의 경우 정해진 실제 예산 대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10개 신문사 중 7곳의 광고 단가가 올라가고, 3곳의 광고 단가가 내려가는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를 두고 “특정 언론을 밀어주려고 한 의도”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실제 시뮬레이션의 단가처럼 정부 광고가 집행된 사례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여당이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나섰던 것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선 시뮬레이션의 구체적 결과는 열독률 60%, 사회적책임 40%를 설정했을 때 한겨레 99점, 조선중앙일보 96점, 동아일보 95점, 농민신문 94점, 한국일보서울신문 93점, 경향신문 91점, 국민일보 90점, 문화일보 88점이었다. 신문윤리위 심의 결과에서 한겨레는 3점을 받았지만 조중동은 2점을 받았고, 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결과에서 한겨레는 4점을 받았지만 조중동은 2점을 받으며 점수차가 났다. 문제가 된 보도가 많았던 만큼 점수가 깎인 결과다. 동아일보는 편집위원회 설치 운영 여부에서 또 1점이 깎였다.
文정부 문체부는 언론재단이 조사한 열독률 결과로 5개 구간을 나눠 차등 점수를 주고, 언론중재위원회 직권 조정(정정보도 등) 및 시정 권고 건수, 신문윤리위원회 및 광고자율심의기구 주의경고 건수를 3개 구간으로 나눠 차등 점수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새 광고 지표를 만들었다. 정부 광고주가 공익성 비중을 높게 두면 오보가 많은 언론사는 정부 광고 단가에서 불리해지는 식이었다. 尹정부 문체부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던 정부광고 지표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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