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과 헤어질 결심? 다른 인공감미료로 갈아탈지 고민이라면

정심교 기자 2023. 7. 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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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세계보건기구(WHO)·국제암연구소(IARC)·국제식량농업기구(FAO)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14일(현지 시각), 아스파탐에 대해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지정하면서 인공감미료를 갈아타야 할 지 고민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14일 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펩시의 펩시제로(왼쪽 두 개)와 코카콜라의 제로콜라(오른쪽 두 개). 펩시제로엔 아스파탐이, 제로콜라엔 아세설팔칼륨과 수크랄로스가 인공감미료로 들어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설탕보다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사람의 몸에서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지정되면서 평소 즐겨 먹은 다이어트 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아스파탐과는 헤어질 결심을 굳혔지만 수크랄로스·아세설팔칼륨 같은 또 다른 인공감미료가 든 제품으로 갈아타야 할 지 고민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국제암연구소(IARC)·국제식량농업기구(FAO)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14일(현지 시각), 아스파탐에 대해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지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2B군에는 캐러멜색소, 염장 채소, 드라이클리닝, 납, DDT(농약), 휘발유, 휴대전화 전자기장 등에 아스파탐이 추가됐다.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에 지정된 후 소비자 사이에선 이른바 '아스파탐 포비아'가 형성됐는데, 식품업계에서 초비상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아스파탐 대부분이 가정용이 아닌 가공식품용으로 사용돼서다. 현재도 아스파탐은 상당수의 무가당 음료, 막걸리, 과자, 껌,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젤라틴 등에서 단맛을 내는 성분으로 들어있다.

WHO는 아스파탐의 1일 섭취 권장량을 언급했다. 사람의 몸무게 1㎏당 아스파탐 40㎎을 먹어야 위험치가 다다르는데, 막걸리 33병을 마시거나 과자 300봉지를 먹었을 때 이 수치에 해당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일상에서의 섭취 수준으로는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2019년 우리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일 섭취 허용량의 0.12%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식약처는 소비자의 우려와 무설탕 음료의 인기 등을 고려해 감미료 전반에 대한 섭취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시 기준·규격 재평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스파탐 이외의 다른 인공감미료는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인공이든 천연이든 감미료로 22종이 허용돼 사용된다. 스테비올배당체(스테비아)·감초추출물 등 천연 감미료와 사카린나트륨(사카린)· 아세설팜칼륨·수크랄로스·아스파탐·자일리톨·에리스리톨 등 인공감미료가 그것이다.

이들 감미료는 위해성 논란에서 자유로울까? WHO는 지난 5월 15일(현지 시각), 비(非)당류감미료(NSS, non-nutritive sweeteners)에 대한 새 지침을 발표하며 "몸무게를 조절하거나 비전염성 질병의 위험을 줄이는 목적으로 NSS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비당류감미료란 당분이 없으면서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아스파탐 같은 모든 인공감미료가 여기에 해당한다. WHO는 "NSS를 장기간 섭취하면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위험, 성인의 경우 사망 위험을 키우는 등 잠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전 대한비만학회장) 교수는 "아스파탐을 비롯해 모든 인공감미료의 건강상 위해성은 그간 연구된 의학적 근거가 적을 뿐, 괜찮은지 아닌지는 좀 더 자료가 쌓여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아스파탐을 굳이 다른 인공감미료로 대체하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4일(현지 시각)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에 대해 2B군의 발암 가능 물질로 공식 지정했다고 밝혔다. /사진=WHO 사이트 캡처.

인공감미료 가운데 아세설팜칼륨에 대해서는 실제로 발암 논란이 일었다. 일부 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아세설팜칼륨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나, 미국공립과학센터(CSPI)는 199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청량음료에 대한 아세설팜칼륨 허가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과량 섭취할 경우 문제 될 수 있지만 음료·껌 등 식품에 사용되는 양은 극소량이므로 건강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아세설팜칼륨은 몸속에서 대사되지 않고 24시간 이내에 소변으로 97.5~100% 배설된다. 따라서 혈당과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당뇨병 환자에게는 설탕 대체제로 권장된다.

옥수수의 단맛을 내는 데 많이 사용되는 사카린은 1970년대 방광암 유발 논란에 휘말렸다. 사카린을 많이 먹은 쥐가 방광암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이것이 사카린 불순물 때문이지 사카린 그 자체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2000년 당시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사카린 제품에 부착된 경고 문구를 없애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논란은 종식되는 듯했지만, 사카린의 안전성 논란은 진행되고 있다.

'단맛'은 과거 독(毒)인지 먹을 수 있는 건지를 구분하게 해주는 일종의 지표였다. 김형미(전 세브란스병원 영양부장)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하지만 현대인은 설탕뿐 아니라 인공감미료가 든 식품에 길들어 '단맛 중독'으로 인한 비만 등 건강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인공이든 천연이든 감미료 자체보다 이것의 단맛에 중독되는 게 문제"라고 경고했다.

아스파탐이 아니어도 다른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무가당 식품을 지나치게 탐닉하면 더 단맛 나는 음식을 찾게 돼 단맛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하상도 교수는 "이번 WHO의 발표로 인공감미료의 유해성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아스파탐에 대한 WHO의 잠정 권고는 인간의 '단맛 탐닉'을 경고한 선언적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인공감미료 제품에 '무설탕', '제로칼로리'라고 홍보하면서 안심하고 먹다간 '단맛 중독'을 유발해 더 많이 찾게 되고, 이에 따라 살이 계속 찔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공감미료 대신 스테비아·타가토스 같은 '천연 감미료'로 대체하는 식의 노력은 의학적으로 권장된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국화과 식물에서 추출하는 스테비아는 대표적인 천연 감미료로, 칼로리가 없으면서 단맛을 낸다"며 "설탕보다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비용 부담이 적고 국화과 식물에 대한 알레르기가 없다면 집에서 요리할 때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천연 감미료 가운데 스테비아는 설탕의 200배 단맛을, 타가토스는 설탕과 같은 양 대비 같은 단맛을 내며 모두 0㎉다. 강재헌 교수는 "인공감미료에 길든 사람은 과일주스보다는 생과일을, 단맛보다는 허브 맛, 식자재의 향·맛에 집중하며 '건강한 단맛'에 길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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