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썼는데 롯데가 배신당했다… 남은 패는 한 장, 폭탄 안고 떠날 선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팀 페이롤에서도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국인 선수 3명 연봉을 대략 300만 달러로 계산하면, 이것만 해도 38억 원이다.
게다가 시즌 중 교체도 두 번으로 제한되어 있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데도 또 돈이 든다. 교체 카드 두 장을 다 쓰면 외국인 선수에게만 50억 원 가까이 지출하는 팀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팀에서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올 시즌 롯데의 비상을 점친 이들 중에서는 이 외국인 전력을 이유로 드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비교적 안전해 보였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시즌을 같이 마친 세 명의 외국인 선수들과 모두 재계약했다. 댄 스트레일리와 100만 달러(이하 총액 기준), 찰리 반즈와 125만 달러, 잭 렉스와 130만 달러에 각각 계약했다. 재계약을 했다는 건 기량이 어느 정도 증명이 됐다는 것이었다. 총액 355만 달러라는 적잖은 돈을 썼으나, 이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팀보다 상수들을 안고 갈 수 있다며 반기는 시선이 많았다.
롯데의 외국인 선수 선발은 최근 몇 년간 산발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했으나 궁극적으로 ‘잘 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해외 네트워크 풀이 풍부한 성민규 단장 취임 이후 외국인 쪽에서의 성과가 큰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인데, 정작 리그 평균보다 마땅히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뚜렷한 방향성은 가지고 있었으나 결국 외국인 선수는 실적으로 말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세 명 모두 교체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부진했다. 355만 달러, 약 45억 원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하위권 수준의 승리 기여도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좋은 활약을 한 잭 렉스는 일단 교체됐다. 무릎 부상 탓에 제대로 된 타격 밸런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이 무너진 렉스는 지난해만한 운동 능력을 발휘하는 데 실패했고, 시즌 55경기에서 타율 0.246, 4홈런, 3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83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타격에서 무릎의 몫은 절대적이다. 롯데는 렉스의 무릎 상태가 호전되면 타격도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으나 그렇지 못했다. 특정 코스나 구종에 대한 약점이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는 전력 분석도 존재했다. 무릎이 단기간에 회복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것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교체가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의 추락도 렉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것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두 외국인 투수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KBO리그 경험이 풍부한 스트레일리는 시즌 16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 4.37에 머물렀다. 찰리 반즈 또한 16경기에서 5승6패 평균자책점 4.57이라는 지난해(3.62)보다 훨씬 못한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롯데는 시즌 초반 두 외국인 선수 부진 속에 불펜 부하가 심해졌고, 결국 불펜까지 전반기 막판 무너지는 도미노 붕괴 현상을 겪었다. 그 과정 속에 결국 한때 넉넉해 보였던 5할 승률까지 붕괴됐다.
두 선수 모두 커맨드와 구위 모두 지난해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진, 약간의 반등을 통한 희망, 그리고 다시 부진에 빠지는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분명 ‘고점’을 봤던 선수들이기에 미련이 남을 수 있지만, 정작 기우제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정비를 한 뒤 후반기에 나서겠으나 지금까지 두 선수에게 휴식이 부족했던 건 아니다.
롯데도 대체 외국인 투수 리스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 팀과 마찬가지로 미국 상황이 좋지 않아 비교 우위 측면에서 확신을 줄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다. 렉스는 무릎 부상이라는 교체 사유라도 있었지만 두 선수는 몸이 아픈 건 아니다. 결국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길 기다리고 있으나 이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는 게 문제다.
외국인 선수 교체의 또 다른 문제는 ‘돈’이다. 한 전직 단장은 “외국인 선수 교체는 결국 모기업의 최종적인 결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구단으로서는 실패를 인정한 것이고, 추가적으로 몇 억 원에 달하는 돈이 또 들기에 이를 설득하는 것도 구단 고위층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롯데와 같이 시즌 전 많은 돈을 쓴 팀들은 이 과정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새 외국인 타자 니코 구드럼에 4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한 것은 롯데 그룹 의사결정권자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해석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미국이나 다른 리그에서 괜찮은 선수가 나오고 남은 카드 한 장을 쓰기로 결정한다면, 누가 퇴출될지도 관심사다. 스트레일리도, 반즈도 안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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