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나쁜 선례 될라···초기에 논란 차단

김연하 기자 2023. 7. 14. 17: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압구정 3구역 공모절차 제동
무리한 설계안 땐 사업 되레 지연
오세훈표 신통기획 근간 흔들려
市 정비사업 원칙 세워 엄중 대응
조합, 15일 총회 열고 투표 강행
[서울경제]

서울시가 압구정 3구역 재건축조합의 설계 공모 절차에 적극 개입하고 나선 것은 핵심 주택 공급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통기획이 ‘오세훈표 정비사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추후 불필요한 논란으로 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14일 서울시는 본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비사업의 설계사·시공사 선정 과정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수십 년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과정상 설계사무소와 시공사 선정 중 벌어지는 금품 살포, 과대 홍보 등 진흙탕 싸움은 비일비재했다”며 “사업권을 수주하기만 하면 이후에 사업 지연과 관계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얄팍한 상술이 작용했고, 감독 기관인 구청과 서울시는 민간 조합의 업무라는 핑계로 눈을 감아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정비사업의 설계사·시공사 선정에 분명한 원칙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설계 공모 당선만을 목적으로 주민들을 현혹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하고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압구정 3구역 재건축조합의 설계 공모가 재건축 규정과 조합의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며 공모 절차를 중단하도록 강남구청과 재건축조합에 시정 명령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정 명령은 실제 행정 효력은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긴급 브리핑을 열어 시정 명령을 공표한 것은 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배치되는 설계안을 향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는 4월 열린 압구정 3구역 신통기획 주민 설명회에서 용적률 300% 이하와 임대주택 소셜믹스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비 지원 계획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희림건축이 용적률 360%에 조합원과 임대주택·일반분양을 분리하는 내용의 설계안을 내놓았고 이에 해안건축이 한때 홍보관을 폐관하며 반발하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시는 재차 용적률은 최대 300%만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희림건축은 인센티브 등을 적용할 경우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다며 굽히지 않았다. 결국 시는 11일 사기 미수와 업무 방해 및 입찰 방해 혐의로 희림건축을 고발한 상태다.

시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이 같은 설계안이 신통기획의 취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가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이룬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한다는 것이 신통기획의 취지인 데다 앞으로도 서울 시내 수십 곳이 신통기획을 통해 재개발·재건축되는 상황에서 시의 지침을 무시한 이번 설계안이 당선될 경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계뿐 아니라 향후 시공사 수주전에서도 서울 곳곳의 정비사업장에서 업체들이 비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경쟁이 과열될 경우 오히려 인허가 지연이나 조합원 내분으로 인해 정비사업이 전반적으로 늦어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번 서울시의 강력 조치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 대변인은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선정된 후 서울시가 제시한 원칙이 변경 불가능함을 알고도 몇 년간의 시간만 허비해 결국 선의의 조합원과 시민들의 재산적 손해로 작용할 것”이라며 “조합원들을 현혹해 무리한 사업 계획으로 선정된 후 인허가 관청과의 지난한 협의 과정으로 조정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불미스러운 관행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신통기획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타 정비사업장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사업장을) 살펴보고 시의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제도상의 문제도 보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속도를 내던 압구정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압구정 3구역 재건축조합은 15일 총회를 열고 설계 업체 선정을 위한 조합원 투표를 강행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설계안의 결격 사유 여부를 판단하라는 내용의 시정 지시를 13일 밤에서야 조합에 통보했다”며 “총회가 15일로 예정된 상황에서 이를 따르는 것은 불가능해 기존대로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해안건축의 설계안이 아니라 희림건축의 설계안이 뽑힐 경우 추후 인허가 과정이 지연되는 등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