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제트스키 물대포에 "아이 머리 수술"...운전자 "다친 줄 몰랐다"

여의도 한강공원서 제트스키 사고 발생
제트스키 물대포에 아이 뒤로 날아가
"성인도 맞고 기절, 300마력 물대포"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어린아이 두 명 앞을 배회하던 제트스키가 갑자기 출발하며 물대포가 아이를 직격, 아이는 뒤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둔치에서 어린아이들이 제트스키가 일으킨 물보라로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제트스키 운전자는 "아이가 다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피해 가족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지난 11일 제트스키 동호인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지난 주말 여의도에서 제트스키로 어린아이에게 물을 뿌려 아이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수술한다고 한다"며 "(부모가) 형사고소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올린 영상에는 한강변 난간에 서 있던 어린아이 두 명이 제트스키를 구경하고 있다가 제트스키가 출발하면서 갑자기 뿜어져 나온 물줄기에 뒤로 날아가는 장면이 담겼다.

작성자는 "운전자가 제트스키 한두 번 타본 것도 아니고, 저 거리에서 나가는 물대포의 힘이 얼마나 센지 당연히 알 것"이라며 "올 들어 시민들이 제트스키에서 튀는 물에 피해를 입는 일이 잦아 현수막도 붙이고 기사도 나왔는데, 결국 이 사달을 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 수습은 제대로 했느냐"며 "사고 낸 제트스키가 주말에 매물로 올라왔다고 하던데 처분하려던 시기가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사고를 은폐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썼다.

제트스키 운전자가 동호인 단체대화방에 남긴 입장문.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논란이 일자 해당 제트스키 운전자는 동호인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장문의 메시지를 남겨 입장을 밝혔다. 그는 "3주 전 일이었고, 그 당시 아이가 다친 것을 인지했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서 해결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트스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풋내기"라며 "(제트스키 판매는) 제 미숙한 운전으로 (높은 등급을) 감당하기 어려워 (낮은 등급으로) 바꾸려던 것"이라고 적었다. 또 "책임 회피할 생각 없고, 가해자 입장에서 아이와 부모님께 죽을 때까지 사과드리고 반성해야 하는 게 맞다"며 피해 가족의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이 온라인커뮤니티의 한 제트스키 운전자는 "물가 주변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그렇게 공지를 했는데,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저도 정면으로 맞고 기절도 해 봤다. 300마력짜리 물대포다. 잘못 맞으면 죽는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운전자는 "저도 자주 찾는 장소인데 아이가 넘어진 걸 충분히 인지했을 거라 생각한다"며 "실수든 고의든 사고가 발생했으면 바로 달려가 상태를 살피고 수습을 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