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투성이로 숨진 12살…계모, 눈물 쏟으며 학대살해 부인

'상습학대' 남편 "아내가 장시간 아이 결박할 줄 몰랐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12살 의붓아들을 반복해서 학대해 멍투성이로 숨지게 한 계모가 법정에서 눈물을 쏟으며 살해할 마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14일 속행 공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43)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연녹색 수의를 입은 A씨는 최근 구치소 수감 중에 출산한 신생아를 이불로 감싸 안은 채 법정에 출석했다.

A씨는 검사가 "지난해 4월 25일 남편에게 '00(피해자) 때문에 낙태했다. 찢어 죽일 거야. 갈기갈기'라고 이야기했다"며 "당시 (진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었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그만큼 힘들었다는 뜻이었지 아이를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피해자를 두고 '앞으로 정신병자가 될 확률 99.9%다. 죽여버리든지 땅에 파묻든지 해'라는 말도 남편에게 했는데 죽이고 싶었던 것 아니냐"고 재차 추궁하자 A씨는 "저의 인격적인 문제이지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는 "피해자는 어떤 아이였나"는 물음에는 "따뜻하고 사랑 많은 아이였다"면서도 "ADHD(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장애)로 인해 때로는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 버겁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증인신문 내내 계속 눈물을 쏟으며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아동학대살해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함께 기소한 A씨의 남편 B(40)씨도 이날 증인신문을 받았다.

B씨는 "아내가 아이를 의자에 앉혀서 그렇게 장시간 결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아이에게 나쁘게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9일부터 지난 2월 7일까지 11개월 동안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12)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C군이 성경 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자주 무릎을 꿇린 채 장시간 벌을 세웠고, 연필로 허벅지를 찌르거나 알루미늄 봉 등으로 온몸을 때리기도 했다.

C군은 숨지기 이틀 전 옷으로 눈이 가려진 채 16시간 동안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이 묶였고, 그 사이 A씨는 방 밖에서 폐쇄회로(CC)TV와 유사한 '홈캠'으로 감시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태아를 유산하자 모든 원망을 B군에게 쏟아내며 점차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도 2021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드럼 채로 아들 C군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모로부터 장기간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면서 10살 때 38㎏이던 C군의 몸무게가 사망 당일에는 29.5㎏으로 줄었고, 사망 당시 온몸에서 멍과 상처도 발견됐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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