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술시장 ‘한파’…매출 급락에 구조조정까지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7.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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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경매사 경매총액 급감
크리스티 -23%·소더비 -9%
40세 이하 밀레니얼 컬렉터는
신규 유입으로 여전한 성장세
5월 15일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67,110,000에 판매된 장 미쉘 바스키아의 ‘El Gran Espectaculo(The Nile)’를 경매하는 조지나 힐튼 [크리스티]
지난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이 상반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급속히 냉각했다. 상반기 세계 3대 경매회사의 매출이 일제히 급감했고, 소더비와 필립스 옥션은 NFT(대체불가토큰) 인력을 비롯해 간부들의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14일 각 경매사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작년 시장 1위로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던 크리스티의 상반기 매출이 약 32억달러(4조5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기간을 포함한 지난 5년 평균을 웃돈 매출이지만, ‘역대급 호황’이었던 2022년의 상반기 대비 23% 감소한 수치다. 경매는 23% 줄어든 약 27억달러(3조4100억원), 개별거래는 19% 감소한 약 4억8400만 달러(6100억원)였다. 전체 경매 평균 낙찰률 87%는 작년과 같은 수준이다.

MZ세대의 미술 투자 열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크리스티에서 경매 전체 응찰 중 80%가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졌고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45%)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젊은 세대 고객의 유입은 지속됐다. 상반기 구매 고객 중 31%가 신규 고객이었고 그중 38%가 밀레니얼 및 그 이하 연령층이었다.

상반기 크리스티에서 팔린 가장 비싼 작품은 5월 뉴욕에서 낙찰된 장 미쉘 바스키아의 대형 회화로 약 867억원(이하 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앙리 루소도 ‘플라밍고’가 4353만달러(564억 원)에 팔려 작가의 기록을 다시 썼고, 6월 경매에서만 13명의 젊은 여성 작가가 경매 최고가를 달성하기도 했다.

작년 폴 G 앨런 컬렉션의 대성공에 이어 기획 경매가 시장을 이끌었다. 뉴욕에서 열린 제럴드 파인버그, S.I. 뉴하우스, 폴 G 앨런, 그리고 도로시 프레스 컬렉션은 9억2219만달러(약 1조2000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시장을 지탱했다. 고전 걸작 시장은 작품의 거래가 줄어들었으나 중간 금액대(50만~500만달러) 시장은 성장했다.

6월 27일 밤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부채를 든 여인’의 경매가 열리고 있다. [소더비]
경쟁사인 소더비는 올해 상반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매 전문 기업 아트택틱은 올해 상반기 소더비에서 이뤄진 경매 규모를 약 28억 달러(3조 5400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8% 줄어든 것으로 개별거래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소더비의 상대적 선전의 비결은 ‘세기의 경매’였던 6월 27일 밤 런던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마지막 초상화 ‘부채를 든 여인’(1917~1918)이 8530만 파운드(1422억원)에 팔리며 유럽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 경매 기록을 다시 쓴 영향이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 겨울’을 맞아 소더비는 야심차게 사업을 확장했던 NFT 사업부를 구조조정하고 있다. 25세의 NFT업계 유명인사였던 브라이언 베카피코는 6월 소더비를 떠났다. 4월 이후 소더비 파리는 부사장을 비롯 최소 10명의 고위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대 미술의 비중이 높은 필립스 옥션은 충격이 더 컸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 감소한 4억5300만 달러(약 5760억원)에 그쳤다. 7월 초, 필립스도 태평양 북서부를 관리하는 2명의 고위직이 회사를 떠났고, 주요 시장의 사무소를 통합할 방침을 밝혔다.

시장 침체는 상대적으로 올해 초고가 걸작들이 시장에 많이 등장하지 않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작년 주가의 급락,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에도 버티던 미술품 경매 시장이 공급 부족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면서 “미술품 수집가들이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미술품을 경매에 내놓기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욤 세루티 크리스티 회장은 “굉장했던 지난 2년에 뒤이어, 2023년 상반기 크리스티는 도전적인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로 새로워진 시장에 적응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연초보다 여름으로 향할수록 냉각되는 분위기다. 6월 말 열린 런던 경매에서 크리스티는 전년 대비 매출이 67% 하락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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