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비트·화려한 색채 … MZ 열광한 '위대한 낙서'

정주원 기자(jnwn@mk.co.kr),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7.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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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브레이크 16일까지 코엑스서 열려
韓최초 그라피티 배틀 개최
팀당 6m벽 90분 동안 채워
실시간 SNS투표 한판승부
디제잉 어우러진 축제의 장
힙합 50주년 특별전도 눈길
타이거JK "차별 이겨낸 힘"
13일 개막한 '어반 브레이크 2023'에서 3명씩 팀을 이뤄 하나의 벽화를 완성하는 라이브 그라피티 경연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최초로 시도한 라이브 그라피티 경연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어반브레이크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개막한 아시아 최대 스트리트 아트 축제 '어반 브레이크 2023'. 강렬한 힙합 비트에 맞춰 젊은 작가들이 스프레이를 뿌리자 텅 빈 벽이 어느새 화려한 그림으로 가득 찼다.

국내 최초로 시도한 라이브 그라피티 배틀 '더 월 브레이커(The Wall Breaker)'는 힙합의 주요 요소인 디제잉과 그라피티가 어우러진 특별한 퍼포먼스였다.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에 대응하자는 아트페어의 큰 주제와 함께 도시에 가득한 건물이나 외벽을 화폭으로 삼으면 거리 곳곳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의미까지 전달했다.

이번 대회는 한 팀에서 3명씩 두 팀이 무대에 나란히 올라 각자 가로 6m 벽을 채우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전시장 입구에서 직진하면 가장 안쪽에 위치한 무대다. 사전에 공지된 하나의 주제로 그림을 완성하고 현장 관객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실시간 투표로 반응을 집계했다. 개막 당일에는 블랙라이트(BLACK LITE)와 스윕(SWEEP) 두 팀이 붙었다. 관객들은 1시간30분에서 시작해 0으로 줄어드는 타이머를 가운데 두고 대형 벽화가 완성돼 가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무대 위에는 색색의 스프레이 수십 통과 사다리가 갖춰졌고 벽을 타고 흐르는 페인트, 아티스트의 손짓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연기, 알싸한 스프레이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대결 주제는 최근 기후변화 탓에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 불과 10분 만에 양 팀 모두 그림의 핵심 윤곽이 드러났고 세세한 부분까지 빠르게 완성을 향해 달려갔다. 그동안 디제이 비전(V!SION)은 무대 한가운데에 있는 타이머 앞 턴테이블 컨트롤러를 통해 힙합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두 팀의 스타일은 벽을 마주 보고 서서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가며 그림을 완성한다는 작업 방식을 제외하고는 180도 달랐다. 블랙라이트는 노랑 파랑 초록 주황 등 색색의 페인트 스프레이를 활용했다. 반면 스윕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고대 신화 속 등장인물을 연상시키는 얼굴을 스프레이 강약 조절을 통해 섬세하게 그렸다. 원색은 오로지 벌꿀을 상징하는 노란색 페인트뿐. 얼굴 그림 주변으로 반복되는 육각형 벌집 모양도 정교한 패턴을 곁들여 완성했다.

'거리의 미술'이라고도 불리는 그라피티는 미국 뉴욕 슬럼가에서 외벽에 낙서처럼 그리는 그림에서 유래한 문화다. 랩·디제잉·비보이 문화 등이 점차 대중화된 것처럼 그라피티 아트도 '탈권위'를 대변하며 발전해왔다.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아티스트 뱅크시가 대표적이다. 미국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그라피티 경연 대회가 존재했는데, 우리나라 아트페어에서 공식 무대로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많은 인파 앞에서 대결 형식을 빌린 퍼포먼스는 아티스트에게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블랙라이트의 팡세(PPANGSE)는 "좋은 환경에서 첫 대결을 경험해봤다"며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스윕의 레오다브(LEODAV)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라피티를 한 지 20~30년이 됐다.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투표 결과 스윕의 작품이 더 많은 선택을 받았지만 대결보다는 화합의 장에 가까웠다. 라이브 그라피티 배틀은 15일 낮 12시 30분에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그라피티와 전자음악의 조화에서 보이듯 랩·디제잉·그라피티·비보잉 등은 '힙합'이란 이름으로 함께 묶인다. 올해는 힙합 탄생 50주년으로 어반 브레이크에서도 이를 기념해 '아트 오브 힙합' 전시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또 한국 힙합의 얼굴인 타이거 JK와 뮤지엄 오브 그라피티 창립자 겸 디렉터 앨런 켓이 함께 무대에 올라 '그라피티와 힙합의 만남'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어린 시절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내며 힙합 문화에 빠져들었던 타이거 JK는 "인종 차별을 자주 당했고 어느 무리와도 어울리지 못할 때 나 자체를 받아준 이들이 힙합을 하는 친구들이었다"고 돌아봤다.

매일경제신문과 어반컴플렉스가 공동 개최하는 어반 브레이크는 16일까지 주말 내내 MZ세대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퍼포먼스와 음악까지 풍성하게 선보인다.

[정주원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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