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中 불확실성 크지만 경기 반등할것"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이희조 기자(love@mk.co.kr) 2023. 7.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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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제주포럼서 발언
조기 금리인하 기대에
李 "연말까지 지켜봐야"
기재부, 6개월째 '경기부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제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대한상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금리를 내리기엔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밝혔다. 경기 방어를 위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4번 연속 동결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자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이 총재는 14일 제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이같이 밝히며 "연말까지 상황을 보고 금리를 조정하면서 거시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시장의 쏠림 현상을 억누르고 있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와 함께 이르면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이 총재는 "많은 분이 금리를 이제부터 인하할 때가 아니냐고 하지만 기저효과 등을 생각할 때 연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3%로 올라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 목표가 2%인데 금리를 낮추고, 다시 물가가 오르면 냉탕과 온탕을 오가게 된다"며 "통화정책이 왔다 갔다 하면 거시정책 틀이 흔들린다"고 덧붙였다.

현재 2%대인 물가 상승률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도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전날 금통위에서도 금통위원 6명 전원이 당분간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금리를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단기적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많은 가계부채는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실제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5조9000억원 증가한 106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집값 반등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은 2020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인 7조8000억원이나 늘었다.

이 총재는 경기 전망에 대해 "속도가 문제지만 반등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지만 중국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반도체 가격이 더 내려갈 데가 없고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에 따라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6개월째 경기 부진 판단을 이어갔다. 다만 이달에는 경기 둔화 요인에 '수출'이 빠지면서 일부 경기 하방 위험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6% 줄어들며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감소율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는 최근 발언 수위를 부쩍 높이고 있는 구조조정 '실기론'을 다시 폈다. 그는 "지난 10년간 중국 특수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할 시기를 놓쳤다"며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을 때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덜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 총재는 한국이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던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일본이 잘사는 노인이라면, 한국은 돈 없는 노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 정승환·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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