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아스파탐은 발암가능물질”…식품업계 “최악은 피했다”

발암가능물질 분류에도 일일섭취허용량 유지
“간암과 연관성은 있지만, 증거 충분치 않아”
한숨 돌린 식품업계…탈(脫)감미료 마케팅도

지난 4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막걸리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관들이 설탕 대신 쓰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실제로 얼마나 유해한지를 두고 설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식품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판단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2B군)’에 포함한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IARC는 발암 위험도에 따라 1군(확정적 발암 물질), 2A군(발암 추정 물질), 2B군(발암 가능 물질), 3군(분류 불가) 등으로 분류한다. 아스파탐이 포함된 2B군은 발암 가능 물질이지만, 인체 관련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앞서 지난 1일 로이터 통신이 관련 내용을 예고한 뒤부터 식품업계에서는 연일 우려가 쏟아졌다. 아스파탐은 지난 1980년부터 JECFA로부터 안정성을 인정받아왔고,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흔하게 쓰여왔기 때문이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약 200배 감미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식품첨가물인데 주로 사탕이나 발효음료, 절임식품, 주류 등에 폭넓게 쓰인다. 최근 국내에서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WHO가 아스파탐에 대한 기존 입장을 철회했지만, 당장 국내 식품업계가 우려했던 큰 혼선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스파탐이 간암과 관련성이 있다는 취지의 논문이 근거로 쓰였지만, WHO가 일일섭취허용량은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 결과에서 간암 발병과 아스파탐의 연관성이 나타났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기존 허용치(체중 1kg당 40㎎/1일)를 바꿀 만한 사정은 생기지 않았다는 게 IARC와 JEFCA의 답변이다. 식약처 역시 현재 사용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당장 급박한 변화는 없을 전망이나, 기업마다 아스파탐을 빼거나 함유량을 줄인 먹거리를 출시할 것이란 게 식품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은 신제품을 선보이는 데 열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막걸리 제조업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막걸리는 대부분이 쌀 원가 절감과 일정한 단맛을 유지하고자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를 활용한다. 더본코리아의 경우 발암물질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신제품을 내면서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한 막걸리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식약처 공식 입장 발표에 따라 변화하는 업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