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새 82% 급등, 리플에 무슨일이

美SEC와 긴 소송전서 승소
"증권 아니다" 가상화폐 호재
비트코인도 올 최고가 경신

한국에서 인기 많은 가상자산 '리플(XRP)'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긴 법적공방 끝에 일부 승소하며 1000원 선을 탈환했다. 지난해 4월 16일 이후 454일 만이다. 비트코인도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SEC 공격이 저지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3만1800달러 선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가를 경신했다.

애널리사 토레스 뉴욕지방법원 판사는 13일(현지시간) SEC가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리플이 기관투자자에 판매될 때는 증권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증권이 아니다"고 밝혔다. 기관투자자는 리플랩스 사업이 진행되면서 리플 가격이 오를 것으로 봤기에 증권 계약이지만, 코인거래소에서 리플을 거래한 일반투자자는 리플랩스와 무관하게 리플을 구매했다고 본 것이다.

판결이 발표되자 리플 가격은 급등했다. 14일 오전에는 전날보다 82% 상승한 1125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XRP 시가총액 또한 31조5500억원에서 53조9500억원으로 하루 만에 22조원 늘었다. 알트코인 맏형인 XRP가 급등하면서 다른 알트코인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이 아닌 코인을 뜻한다. 리플 설립자인 제드 매케일럽이 세운 스텔라루멘도 이날 51.18% 오르고 에이다(19.31%),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20.44) 또한 급등했다.

이번 판결은 증권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상자산 시장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법은 개인투자자를 엄격하게 보호하기 때문에 '증권'으로 인정되면 많은 규제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업계를 잇달아 제소해온 논리도 증권법 위반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리플뿐만 아니라 미국 가상화폐 업계의 큰 승리"라고 밝혔다.

국내 금융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 증권법이 국내와 똑같지 않아 직접적으로 어떻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리플 판례를 주요하게 참고할 사례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도 기자 /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