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발암등급 김치 수준 … 소고기·뜨거운 물이 더 위험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3. 7. 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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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암연구소 분류기준 보니
발암증거 불충분한 '2B군' 분류
1일 섭취 허용량 다 채우려면
막걸리 33병 한꺼번에 마셔야
식약처도 "현행 기준량 유지"
소비자·제조사들 한숨 돌려
세계보건기구(WHO)가 14일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에 아스파탐이 들어간 제로콜라 제품이 진열돼 있다. 이충우 기자

최근 발암 가능성으로 논란이 된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아스파르템)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일 섭취 허용량(ADI)만 지키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일 섭취 허용량은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물질에 대해 평생 동안 섭취해도 위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1인당 하루 최대 섭취 허용량을 말한다. 다만 당분간 시장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반신반의하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스파탐 함유 제품을 판매해온 일부 식품·유통업체는 대체재를 찾거나 현행을 유지하는 등 엇갈린 방침을 내놨다.

식약처의 201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한국인의 아스파탐 1일 평균 섭취량은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 정한 1일 섭취 허용량의 0.12%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후 식품업계의 '제로슈거 열풍'으로 시중에 아스파탐을 함유한 제품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JECFA의 1일 섭취 허용량을 넘어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실제로 하루에 제로슈거 음료 수십 캔을 마셔야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에 도달한다.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는 설탕의 200배 이상 단맛을 내기 때문에 0.1% 수준의 극소량만으로도 비슷한 단맛을 낸다. 1일 섭취 허용량인 몸무게 1㎏당 40㎎을 기준으로 체중이 60㎏인 성인이라면, 하루 최대 2400㎎까지 섭취해도 안전상 문제가 없다. 이는 아스파탐이 들어간 제로콜라(250㎖) 55캔, 막걸리(750㎖) 33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물질 자체의 암 발생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관으로, 실제 섭취량을 고려해 물질의 인체 발암성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동물실험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지를 연구한 학계 보고 자료를 토대로 1군(발암물질), 2A군(발암추정물질), 2B군(발암가능물질), 3군(분류불가물질) 순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2A군과 2B군은 인체 발암성에 대한 근거가 신뢰할 수 없을 만큼 제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특히 2B군은 동물실험에서조차 발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뜻이다. 2B군으로 분류된 물질은 아스파탐, 채소 절임(김치), 내연기관 배출 연기, 휴대용 전자기기 전자파 등을 포함해 300여 종에 달한다. 2B군보다 발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2A군에는 소고기·돼지고기 같은 적색육(肉)과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가 포함돼 있고, 1군에는 흔히 소비되는 술·담배뿐만 아니라 햇빛에서 오는 자외선, 대기 중 미세먼지 등이 속한다.

오리온, 크라운제과, 빙그레 등은 아스파탐 대체재를 사용하기로 하고 제품에 적합한 감미료를 찾고 있다. 제약업계는 현 상황에서 소비자 반응을 지켜본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의약품 제조 시 아스파탐은 주로 시럽, 과립, 탕, 액상 의약품에 단맛을 내기 위한 첨가제로 사용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식품은 첨가제를 바꾸는 게 크게 어렵지 않지만 의약품은 다르다"며 "소비자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평가에서 JECFA는 △위장관에서 아스파탐이 단백질 구성성분인 페닐알라닌(필수아미노산)과 아스파르트산 그리고 체내에서 금세 배출되는 메탄올로 완전히 가수분해돼 체내 아스파탐의 양이 증가하지 않은 점 △IARC가 검토한 경구 발암성 연구 결과가 모두 과학적으로 한계가 있는 점 △유전독성 증거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1일 섭취 허용량을 변경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식약처는 IARC의 발암 유발 가능성 제기에 따른 소비자 염려와 무설탕 음료 인기 등을 고려해 감미료 전반에 대한 섭취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시 기준·규격 재평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IARC의 2B군 분류는 '발암물질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일 뿐 인체 발암성이 확인됐다는 게 아니다. 발암성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아스파탐은 식품첨가물로 사용한 지 40년 가까이 됐고 그동안 아스파탐 때문에 심각하게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추가 연구에서도 치명적인 발암성이 확인될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송경은 기자 / 박홍주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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