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여경 접대’ 80대 유지…“승진에 500만원이면 되나”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7. 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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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장이 ‘지역유지’와의 식사자리에 A 경위를 불러내 함께 찍은 사진 [사진 = KBS 갈무리]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장이 80대 지역 유지와의 식사 자리 등에 여경을 불러내 접대 및 비서 역할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모임 자리에서 80대 회장은 여경을 보자마자 손을 잡고 포옹을 했으며 “승진에 500만원이면 되느냐”는 말까지 한 것도 알려졌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번 일에 대한 “처분 결과(파출소장 구두경고), 갑질 피해자에 대한 분리조치 방법, 파출소장의 CCTV 열람 등 보복행위 등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고 동료 경찰들의 반응을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20~30년 전 파출소장이나 지구대장이 했던 행태들 2023년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데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 위원장은 “피해자가 여성청소년계에서도 근무했기에 성추행, 성비위 이런 부분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80대 회장이 처음 봤을 때부터 손을 잡고 포옹을 하고 했다고 하더라”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가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 위원장 이어 파출소와 150m가량 떨어진 회장 사무실로 파출소장이 피해자를 불러 ‘파출소장 비서 과일 깎아봐라’고 했다면서 “그 자리엔 80대 노인, 파출소장, 주민센터장, 주민센터 서무, 피해자 등 여자 3명 남자 2명이 있었다. 다른 여성 두 분은 앉아 있는 상태에서 정복을 입은 피해자에게 ‘파출소장 비서가 깎아봐’라고 몇 차례 말했다”고 했다.

그는 “파출소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시면 안 됩니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우리 직원입니다’ 이렇게 했어야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행자가 “80대 노인이 ‘승진시켜 줄게 500만 원이면 돼?’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는 게 맞느냐”고 묻자 민 위원장은 “맞다. 이런 이야기를 파출소장한테 했고 파출소장이 전화해서 ‘야 우리 회장님이 승진시켜 준대, 너 똑똑하게 생겼고 너무 칭찬을 많이 하니까 와서 좀 사진을 찍어라’는 식으로 피해자를 계속 근무시간에 불러냈다”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피해자가 받은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특히 윤희근 경찰청장을 향해 “이번 갑질 사건에서 초동조치 실패,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성동경찰서장, 서울경찰청 감찰, 파출소장 등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사해서 신뢰받는 경찰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빠른 조치를 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위 A씨는 지난 4월 파출소장의 지시로 식사자리에 나가 ‘지역 유지’라는 80대 남성을 소개받았다. 파출소장은 A경위에게 남성과 함께 사진을 찍으라고 강요하고 ‘비서’라 부르며 과일을 깎게 했다. 몇 일 뒤 파출소장은 다시 ‘회장님 호출’이라며 해당 남성의 사무실에 들르라고 강요하며 “우리 회장님이 승진시켜준대”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근무시간에 불러내 단둘이 암벽등반을 하게 하는 등 파출소장의 부적절한 행태가 계속되자 A경위는 결국 지난 5월 병가를 내고 청문감사관실에 감찰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감찰 결과는 구두 처분인 직권 경고에 그쳤다. 파출소장의 지시가 갑질이나 강요로 볼 수 없다는 판단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참다못한 A 경위가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나서야 파출소장은 다른 보직으로 발령됐다.

해당 파출소장은 “경고 처분에 이의는 없다”면서도 “후배에게 잘 해주려고 한 건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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