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본질 안보고 '시럽급여' 말꼬리 잡기; 見指忘月 [사설]
실업급여 제도 개선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실업급여를 '적선'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부와 여당이 한심하다"고 비난했고, 박광온 원내대표도 "일자리가 없어 서러운 국민을 위로하진 못할망정 조롱하고 모욕하는 건 오만이자 폭력"이라고 여권을 맹공했다. 12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달콤한 보너스란 뜻의 '시럽 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고, 고용노동청 담당자가 "(실업급여 받은) 청년·여성은 자기 돈으로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고 한 발언을 직격한 것이다. 당정이 공개석상에서 거친 표현을 쓴 것은 일부 실업급여 중독자의 모럴해저드를 꼬집기 위한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신중치 못한 처사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꼬리를 잡아 실업급여의 본질과 문제점을 어물쩍 덮으려는 민주당의 행태는 더 큰 문제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 따로 없다.
실업급여는 실직 근로자의 생계 안정을 지원해 재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지금은 일해서 받는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기형적 구조다. 지난해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월소득은 월 180만원 정도다. 반면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은 184만7000원이다. 교통비와 식비 등을 감안하면 실업급여가 월급보다 더 많다. 이러다 보니 일선 현장에선 근로 의욕이 떨어져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 최소 취업기간(180일·고용보험 가입)만 채운 뒤 자발적으로 해고를 요구하거나 일자리가 생겨도 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업급여 요건이 느슨하다 보니 중복 수급·미자격자 수급 등도 넘쳐난다. 지난 5년간 세 번 이상 실업급여를 탄 사람이 24.4% 늘었고, 작년에만 10만명을 넘었다. 심지어 한 직장에서 24번 받은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실업급여 급증 탓에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재정은 거의 파탄 직전이다. 오죽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부에 실업급여 제도 개선을 권고했겠나. 이제라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고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보호받는 공정한 노동시장이 될 수 있도록 야당도 실업급여 대수술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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