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확증편향
지하철 출퇴근 길에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 유튜브를 시청 중이다. 국내 시장에서 유튜브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4000만명을 넘어 카카오톡과 엇비슷해졌다고 한다.
유튜브를 처음 사용할 때는 연관 영상을 찾아주는 알고리즘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이제는 지나치다는 생각까지 든다. 의식적으로 경계하지 않으면 편향되거나 심지어 거짓 주장을 담은 영상에 함몰될 우려가 있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뒷받침해줄 정보만 좇는 행위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19세기 찰스 다윈의 진화론도 발표 당시엔 사회 전체의 확증편향과 충돌했다.
확증편향을 증폭시키는 것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뿐만이 아니다. 포털 기사에 붙는 댓글도 그렇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최근 서울대 통계연구소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로또복권 조작 의혹에 대한 검증을 의뢰했다.
예상대로 당첨자가 다수 나온 것은 확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범주 안에 있고,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 내용을 전한 기사에 붙은 댓글은 온통 음모론이었다. 조작설을 믿지 않는 다수는 굳이 이 기사를 읽을 필요도, 댓글을 달 이유도 없다. 조작설을 믿는 소수는 댓글창에 몰려와 검증 결과를 불신하거나 '추첨을 생방송으로 하라'며 논점을 바꾼다. 음모론 신봉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슬쩍 골대를 바꾸는 것이다. 광우병, 사드 전자파 참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도 그렇다. 사드를 한국에 배치해선 안 된다거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버젓이 생산하는 행위까지 방치해선 곤란하다. 유튜버를 빙자한 유사 언론에도 엄중한 잣대가 필요하다.
사회 전체가 음모론에 빠지지 않게 만들려면 '반(反)지성주의'와 긴 싸움을 각오해야 한다. 지성을 외면하는 유권자가 다수가 되면 반드시 위험한 권력자가 탄생한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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