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조 시장 잡자"…LG전자 제로에너지빌딩 공략
2030년까지 3배 성장 전망
히트펌프 활용 냉난방공조에
ESS·전기차충전기까지 연결
미래 에너지사업 3대축 설정
전 세계적으로 '제로에너지' 건물 규제가 확대되면서 LG전자가 에너지 사업을 새 먹거리로 점찍고 키운다.
LG전자가 보유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냉난방 공조, 전기차 충전기가 '에너지 솔루션'의 3개 축이다. 상업용 빌딩부터 주거용 공간까지 건물 내 에너지를 저장·관리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냉난방 공조와 ESS, 전기차 충전기를 통합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일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기자간담회에서 "가정 내에서 직접 에너지를 생산·저장·소비하는 패턴이 생기면서 관련 사업 기회가 부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가 에너지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친환경 흐름을 타고 2010년에 일찌감치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던 LG전자는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2022년에 사업을 접었다.
그랬던 LG전자가 이번에는 강점인 가전을 비롯해 ESS, 전기차 충전기 등을 내세워 다시 에너지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LG전자가 추진하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은 '태양광 →ESS→냉난방 공조·전기차 충전기'로 이어진다. 우선 건물에 ESS를 설치하면 건물 내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원하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다.
저장한 에너지는 냉난방 공조 시스템과 전기차 충전에 활용하면 된다.
냉난방 공조 시스템의 경우 LG전자가 원천 기술을 보유한 히트펌프가 핵심이다. 건물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게 냉난방 시스템인데, 히트펌프를 활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지난 5월에 처음 출시한 전기차 충전기도 에너지 솔루션에 포함된다.
LG전자의 구상은 테슬라의 사업과 비슷하다. 테슬라는 태양광발전부터 ESS 제작, 전기차 충전기에 이르는 에너지 관리 사업을 한다. 테슬라의 에너지 관련 사업이 본업인 전기차 사업보다 빠르게 성장할 정도다. 올해 1분기 테슬라의 ESS 관련 사업은 1년 전과 비교해 360% 성장했다.
이처럼 LG전자가 에너지 사업을 키우는 이유는 제로에너지 건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로에너지 건물의 정의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인 건물을 뜻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제로에너지 빌딩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400조원에서 2030년에 약 13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건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기관 클라이밋워치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야별로 분석한 결과, 건물이 전체 배출량의 16.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산업(24.2%)과 운송(16.2%)에 이어 세 번째로 배출량이 많은 분야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북미 등에선 이미 제로에너지 건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건물 리모델링으로 에너지 효율을 낮추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2025년부터 지붕이 있는 건물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 한도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내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제로에너지 건물 규제를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30가구 이상 민간공동주택으로 규제가 확대된다. 업계는 LG전자가 유럽·북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국내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히트펌프를 활용한 냉난방 공조 수요가 높고, 가정용 ESS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는 규제로 가정용 ESS 판매가 어렵다"며 "히트펌프와 ESS 판매가 활발한 해외에서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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