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 건배주도 제 작품"
경기농업기술원서 전통술 연구
영세 양조기업에 제조술 이전
'허니와인' '산양삼 막걸리' 등
잘 알려진 제품도 상당수
"막걸리 마시면 머리 아프다?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럴 겁니다"
"증류식 소주에 얼음과 토닉 워터를 넣고, 여기에 레몬 한 조각을 올린 '전통주 하이볼'을 즐기는 게 여름을 나는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죠."
지난 11일 '전통주 박사'로 통하는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48·사진)가 전통주라는 단어에 덧씌워진 '고루하다'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연구사는 전통주도 위스키처럼 하이볼로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통주 중에는 위스키처럼 오크통에서 숙성한 증류주도 있어서다. 그는 유기농 밀로 만들어 오크통에서 숙성한 '안동 진맥소주'와 예산 사과로 만든 오크통 숙성 와인 '추사 40'을 추천했다.
배재대에서 유전공학 학·석사, 생물학 박사 과정을 거쳐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 연구사는 2007년 배상면주가에서 시작해 2008년 경기도농업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겨 전통주 연구개발에 15년간 몰두해 왔다. 그는 경기도 농산물로 만든 막걸리, 약주, 증류주 등 18종의 술 제조 기술을 영세한 양조기업에 이전해 왔다. 2015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2016년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의 달인(전통주)으로 선정됐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산양삼 막걸리'는 2017년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벌꿀을 이용한 '허니와인'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 만찬 건배주로 사용됐다. 이 연구사는 "공들여 만든 작품의 품질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격스러웠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가 허니와인을 개발한 건 2010년 당시 벌꿀의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북유럽 사람들이 즐기는 벌꿀 술 '미드(Mead)'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해 10월 이 연구사가 경기도 육성 벼 품종인 '참드림쌀'을 활용해 개발한 쌀맥주 '미미사워(美米SOUR)'는 세계 3대 맥주대회인 일본 IBC(The International Beer Cup) 대회에서 사워 에일(Sour Ale) 부문 금메달을 땄다. 맥주 주재료인 맥아의 99%가 수입이라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미사워는 참드림쌀 51%와 맥아 49%를 써서 만들었다. 쌀이 발효되면서 생기는 새콤한 맛을 역발상으로 부각해 사워 에일을 표방했다.
이 연구사는 '막걸리를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는 건 별 근거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탄산감을 극대화하려고 발효가 덜 된 '미숙주'를 유통시켰던 적이 있다"며 "당시 두통을 일으키는 요소가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연구사는 현재 미숙주가 유통되는 일은 사라졌다고 말한다. 막걸리를 먹고 머리가 아픈 건 많이 마셨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효석 기자·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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