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현 정부도 중반 되면 감사"··야 "정치감사 인정한 것"

감사원 사무총장 상임위 발언 논란
"초기는 전 정부 감사 대상 될 수밖에"
야당 반발에 뒤늦게 "정정하겠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최재해 감사원장 뒤로 유병호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2023.06.2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감사원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현 정부도 (정권) 중반이 되면 감사를 받는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립성이 핵심인 감사원을 향해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출석해 '감사원법 개정안이 왜 발의된 것 같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정권 초기라 문재인 정부를 감사하는 것이고, 중반 되면 윤석열 정부도 감사할 것인데 굳이 감사원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의 답을 했다.

유 사무총장은 "저희가 독립적으로 나름 어느 시대나 임무에 충실히 하 있다. 다만 여러 가지 시기가 지금 초기 시기는 전 정부가 감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 보니까 여러 가지 오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감사원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 '표적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박 의원은 "지금 총장님이 단단히 오해하시는 것 같다. 감사원이 전 정부 감사한다고 해서 저희가 이 개정안을 냈다는 그런 소리를 하지 말라"고 다그쳤고, 유 사무총장은 "어차피 위원님, 중반 되면 현 정부 사업도 감사받습니다"고 맞받았다.

유 사무총장 발언에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박 의원은 "여당 간사님도 웃고 계신다. 이런 식으로 답변을 하니까 감사원의 정치적인 독립성, 중립성을 의심받는 것"이라며 "너무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소위에 여당에서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한 명만 참석했다.

소병철 법안심사1소위원장도 "굉장히 정치적으로 문제고 말이 안 되는 발언"이라며 "감사원은 미래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감사하는 기관이 아니다. 지금 사무총장이 이 정부를 감사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유 사무총장은 야당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뒤늦게 "정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박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무총장의 이 발언은 감사원이 정권에 따라 감사의 대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런 시각의 결과가 바로 '정치감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이 발언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다는 것"이라며 "뒤늦게 문제를 인정하고 '정정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의 감사원의 추락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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