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판결문] 법원, KBS가 청탁받아 비판 보도했다는 가세연에 "1500만 원 배상하라"
가세연 "KBS가 BHC 청탁을 받고 BBQ 비판 보도"
법원 "KBS, BHC 측 주선으로 제보자 만났으나 검증 거쳐 보도"
"피고의 언론자유보다 인격권 침해 정도가 중해" 영상삭제 판결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원고 : KBS.
피고 : 주식회사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 강용석 변호사.
사건 : 영상삭제 및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주문 : 法 “피고 주식회사는 해당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하라.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 소송비 중 3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선고일 : 2023년 7월5일.
1심 재판부 :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 재판장 서보민, 신정수, 박진수 판사.
KBS가 BHC 청탁을 받고 경쟁업체인 BBQ에 비판적 보도를 했다는 취지의 영상을 게시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KBS에 손해배상액 1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서보민)는 지난 5일 KBS가 주식회사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가세연 대표, 강용석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영상삭제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KBS '뉴스9'은 지난 2018년 11월15일 '끈질긴K'라는 뉴스 속 코너에서 <“BBQ 회장 자녀 회삿돈으로 유학 생활”>이란 제하의 보도로 윤홍근 BBQ 회장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다. 윤 회장이 8년여간 10억 원이 넘는 회삿돈으로 자녀 유학비를 댄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BBQ 전 직원인 제보자 A씨 인터뷰와 윤 회장 결재 서류 등이 보도 근거였다.
하지만 A씨는 KBS 보도 이후 제보 관련 진술을 번복했고, 한국일보는 2020년 10월 윤 회장 비위 의혹 보도와 관련 경찰 수사에 BHC 회장부터 임직원까지 관여한 정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가세연은 지난해 4월28일 <[충격단독] BHC 청탁 취재로 BBQ 공격한 KBS 한심한 기자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실시간 송출했다.
가세연은 이날 방송에서 KBS 보도가 BBQ와 경쟁 관계에 있는 BHC의 부정한 청탁에 따른 것이라 주장했고, 특히 당시 이아무개 KBS 사회부장이 청탁 보도 대가로 BMW 승용차를 받았고 이후 KBS를 퇴사해 BHC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취직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가세연이 허위 사실로 자사 및 소속 기자들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가세연 방송이 “청탁 받고 조지는 리포트를 한 기자”, “저 짓(청탁 보도)하고 용돈 받고 먹고 산다” 등 모멸적 표현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1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세연 측 강용석 변호사는 “5000명에 육박하는 KBS 사원 중 단 2명 정도의 직원 개인에 관해 청탁 보도 직접 가담자로 추정된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 KBS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가세연 측은 BBQ를 겨냥한 KBS 보도와 이어진 경찰 수사 배후에 BHC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2020년 10월6일자 한국일보 기사 <'BBQ 죽이기'에 BHC 회장부터 임직원까지 관여했다>를 증거로 제출했다.
한국일보 보도에는 박현종 BHC 회장이 제보자인 A씨로부터 BBQ 회장 일가 등의 비리 의혹 자료를 넘겨받았고 방송사 기자에게 A씨를 소개시켜 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KBS 보도 배후에 BHC가 있다는 취지의 단독 보도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기사는 BHC 회장이 방송사 기자에게 제보자(A씨)를 소개시켜 줬다는 언급만 있을 뿐”이라며 “한국일보 기사 전체 내용을 살펴봐도 구체적으로 KBS가 BHC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보도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나 관련 자료가 실제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제보자 A씨를 처음 인터뷰한 KBS 기자는 “제보자 A씨를 소개해준 사람은 BHC 회장이 아니라 BHC 직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KBS 기자들이 BBQ 경쟁 업체인 BHC 측 주선으로 제보자를 만난 사실이 있긴 하지만 KBS 측은 제보자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기초로 미국 현지 취재, 필적 감정 등 여러 검증 절차를 거친 후 보도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세연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KBS 측이 BHC로부터 어떤 청탁을 받거나 대가를 수수했다는 등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아무개 전 KBS 사회부장이 청탁 보도 대가로 BHC로부터 BMW 승용차를 받았고 KBS 퇴사 후 BHC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입사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가세연 측은 뒷받침할 만한 소명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KBS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전 사회부장이 BMW 차량을 타고 다니기는 하나 이 차량은 그의 배우자가 BBQ 보도가 있기 약 4년 6개월 전인 2014년 5월 자동차 등록을 마친 차량”이라며 “이 전 부장은 KBS를 퇴사하면서 지난해 4월 고용·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상실한 후 가세연 영상이 송출된 후인 2022년 5월에도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될 뿐”이라고 했다.
가세연은 뉴스9 속 코너였던 '끈질긴K'에 관해 “KBS가 BBQ 보도를 위해 '끈질긴K' 코너를 신설했다가 1회로 끝냈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허위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KBS는 '끈질긴K'라는 뉴스 프로그램 코너를 신설해 2018년 11월15일 처음 BBQ 보도를 한 이래 2020년 9월8일까지 약 1년 10개월간 총 24건의 기획 기사를 보도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KBS가 보도한 BBQ 의혹에 관해 실제 수사가 진행됐고 KBS 보도 이후 제보자 A씨가 제보 내용을 번복했다는 점, KBS는 공영방송사로서 국민의 폭넓은 감시와 비판을 받는 위치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세연 영상의 공익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가세연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단정적이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해 KBS 보도가 부정한 청탁에 의한 허위 보도라고 방송한 것은 문제라며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 위자료 1200만 원 지급을 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가세연 영상엔 KBS와 소속 기자들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 인신공격이 포함돼 있다고 봤다. 가세연이 KBS 인격권을 침해한 데 대해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 재판부는 가세연과 김세의 대표, 강용석 변호사가 공동하여 KBS에 1500만 원을 지급하고, 관련 영상도 유튜브 채널에서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영상에 관한 피고들(가세연)의 언론 자유보다 원고(KBS)의 명예나 인격권 침해 정도가 중하다”고 했다.
한편, BBQ와 윤홍근 회장 등은 2018년 11월 KBS와 기자들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2020년 1월 1심에서 패소했다. 윤 회장이 이에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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